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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Feb 17. 2023

다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이별방식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남들에 비해 평범한 이별을 겪었을 테고, 어떤 이들은 유독 남들이 한 번 겪기 힘든 이별만 종종 겪기도 한다(물론 그중에 한 명은 나다). 이러쿵저러쿵 떠들 것도 없이 이별 뒤에 남는 것은 슬픔, 그다음은 두려움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슬픔과 미화되는 기억 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전연인에 대한 생각의 집착, 슬픔이 가라앉을 때 오는 홀로 선다는 것에 대한 막연함과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우리는 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홀로 있다는 외로움이 무서운 사람들은 전연인과 비교적 비슷한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나 금방 연애를 시작하고는 한다. 그러나 전연인에 대한 미련이 남은 상황에서 다른 이를 만난다고 외로움과 사랑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어느 부분에서는 그 말에 동의하지만, 결국 몇 번의 이별 끝에 내가 느끼는 것은 시간이 나를 일으켜 준다는 것이다.


다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물론 아무나 만난다면 쉽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아무나 만나 아무렇게 사랑하고 또다시 상처를 받을 순 없다. 다시 사랑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본 옵션은 더 '나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 마음이 다른 누군가를 담아둘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 가득하게 담겨있는 전연인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버려두고 나의 세상 안에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당연히 나 자신에 대한 사랑만큼은 양보해선 안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구겨 가면서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의 주체는 무엇이든 간에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나는 한 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다른 이들만 사랑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를 희생하고, 용서라는 마음으로 묵인했다. 그런 연애가 끝이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텅 비어버린 내 마음 하나라는 것이다. 반절을 채우는 것과 완전히 비어버린 공간을 다시 채워 넣는 것은 시간의 차이도 있지만 고단함의 차이가 꽤 크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시간을 가지고 시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슬픔이든 배신이든 무엇이든 좋지 않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마음을 비워내고 나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찬 마음에 다른 이를 앉혀 놓는다면 나 역시 그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나쁜 업보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고 한다. 적어도 우리가 다시 사랑을 시작할 때는 상대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자. 다시 사랑하는 것, 그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곧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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