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잔잔하게 떠올랐다.
안온한 호수에는
둥그렇게 투박하고
하얀 달이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내 이름을 불러보라 하였다.
고작 이름뿐인데,
그의 입술은
바람 부는 윤슬마냥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입술에서 간신히
내 이름이 불리니
이름 세 글자에 체온이 생겨
붉게 뺨이 달아올랐다.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세 글자가 마냥 닳을까,
세 글자가 마치 나 같을까,
조심스럽게
내뱉은 목소리에 나는
둥실 떠올라 날아갈 듯
무게가 사라졌다.
내 이름 세 글자마저 쉽게
부르지 못한 그의 덕분에 나는
만지면 깨어질 듯 한 도자기 마냥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되었다.
달빛에 윤기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