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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Feb 23. 2023

어려운 이름

그가 잔잔하게 떠올랐다.

안온한 호수에는

둥그렇게 투박하고

 하얀 달이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내 이름을 불러보라 하였다.

고작 이름뿐인데,

그의 입술은

바람 부는 윤슬마냥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입술에서 간신히

 내 이름이 불리니

이름 세 글자에 체온이 생겨

붉게 뺨이 달아올랐다.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세 글자가 마냥 닳을까,

 세 글자가 마치 나 같을까,

조심스럽게

 내뱉은 목소리에 나는

 둥실 떠올라 날아갈 듯

무게가 사라졌다.


내 이름 세 글자마저 쉽게

 부르지 못한 그의 덕분에 나는

 만지면 깨어질 듯 한 도자기 마냥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되었다.


달빛에 윤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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