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금동이네 05화

금동이네 다섯 번째 이야기

변해가는 우리 _ 둘

by 금동이엄마

그 마음은 오빠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태껏 바라봐왔던 따뜻했던 눈빛이 아니었다. 내 눈에는 누워서 우리 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금동이만 들어왔고 더 이상 오빠랑 대화는 불가능해 보여서 금동이를 안고 격한 분노를 이기며 일어섰다.


그때 오빠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고.
좀 알려주면 안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늘 오빠에게 억지를 써서라도 반박할 대답을 만들어내서 이겨먹어야 하는 내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저리 말하는 오빠는 여태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제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나는 나만 꼭 피해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기에 오빠도 처음 경험해보는 이 순간을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이해하려 한 적도 아니 생각조차 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금동이를 재우고 우리는 오랜만에 서로 굴을 바라보면서 긴 시간 동안 속에 있던 마음을 이야기했다.


평상시 우리가 대화를 나누었을 때보다는 좀 진지하지만 딱딱하지는 않았던 분위기였는데, 또 우리가 이렇게 같은 문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유난스러울 정도로 응? 응? 하며 서로의 말을 더 경청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끼니를 당연하게 챙기는 것처럼 해오던 서로의 하루 일과 보고와 시답잖은 농담들을 못했던 그날들을 메우기라도 하듯이 피곤한 것도 잊은 채,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던 중 문득 바라보았던 오빠의 모습이 아주 늙어있더라. 금동이를 낳으면서 나만 본모습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도 잃어가고 있었다. 나만 엄마라는 직책의 무게를 느낀 게 아니라 오빠도 아빠라는 직책에 가장이라는 무게까지 더 해져서 매일 금동이를 보면 너무 벅차고 기쁘다가도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했다.


그래도 퇴근길에는 아침에만 잠깐 보았던 금동이와 내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까 봐 어떻게든 빨리 오려고 빨리 오는 동선으로 지하철을 타서 뛰다시피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오빠가 금동이의 하루 일과만 물어본 게 아니라 내가 뭐 먹고 싶은 게 없는지 퇴근길에 사 온다고 했는데 사다 주면 내가 먹을 시간이나 있냐면서 도리어 화를 냈던 일이 생각났다.



오빠 나는 오빠가 원망스러웠어. 그냥 나만 모든 게 변했다고 생각했어. 오빠는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는 입었던 옷도 안 맞아. 심지어 피부색도 변했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자신감도 바닥이 나 버렸어. 금동이는 너무 예쁜데 내가 몸도 마음도 예쁘지 않으니 웃음이 나지가 않았어. 그러다가 오빠가 오면 이런 말들을 하소연하고 싶은데 마음과 다르게 말이 삐뚤게 나가고 말이 삐뚜니까 마음도 나빠졌어.



화장실에 조금이라도 오래 앉아있는 것 같으면 문을 부수고 싶었을 정도였어.
나는 편하게 볼 일도 볼 수 없는데 오빠는 그러니까.

그냥 모든 원망이 다 오빠한테 돌아간 것 같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난 뒤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보다 더 애잔하다고 해야 하나. 부모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 너도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동질감에 전우애 비슷한 그런 찡함 때문이었는지, 결국 우리 둘 다 꾹꾹 참다가 눈물이 터져버렸다. 몰라줘서 미안했다고, 서운한 건 이야기하고 힘든 건 서로 조율해서 지금을 잘 이겨내 보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도 했다. 그리고 다시는 금동이 앞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도.



그렇게 우리는 금동이를 낳고 유난스러운 첫 성장통을 겪었다.


조금씩 부모의 모습을 갖춰가는 우리, 금동이와 첫 제주 여행에서


오빠는 그 일이 있고부터 화장실 갈 때마다 문 부수지 마. 나 좀 오래 걸려!라고 꼭 말하고 화장실을 가더라. 으 A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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