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금동이네 06화

금동이네 여섯 번째 이야기

넌 엄마를 욕심나게 만들어

by 금동이엄마

나는 TV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아기는 시끄럽게 키우는 게 좋다고 해서 당시 살던 집이 지하 이기도 했고, 외부 소리의 영향이 적어 적막했던 탓에 TV를 켜 놓고 지냈다. 금동이가 태어나던 당시에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였는데 자주 재방영을 해줘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첫 화부터 정말 충격적이라서 나중에는 내가 찾아서 끝까지 봤다.


공부 공부 공부만 하는 부모에게 복수하고자 부모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주고 사라지는 아들, 아들이 전부였던 엄마가 스스로 자살을 한다는 내용은 꽤 자극적이었다.
아기를 낳기 전에 보았다면 무조건 부모 욕을 했겠지만 아기를 낳아보니 부모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부모 자식 간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다는 게 안타까워서 슬픈 마음이 더 컸다.


어쩌면 드라마 내용처럼 금동이가 자라날 시기에는 경쟁이 심하고 누군가에게 늘 평가받는 삶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내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고 고민까지 뻔했는데 잠깐의 생각으로 끝냈다.



그저 지금은 건강하고 밝게만 키우면 되지 무슨 쓸데없는 걱정이야? 하면서.



엄마가 되고 나니 바빠졌다. 고슴도치 맘이 되었으니 예쁜 내 새끼 자랑도 하고 싶고, 남들보다 발 빠르게 육아 정보도 얻어야 하기에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었다. 작은 네모 공간 속에서 얻어지는 힘은 대단했다. 같은 시기의 아기를 키우는 육아맘들과의 소통은 육퇴 후 힘들었던 오늘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크게 공감해줘서 위로가 되는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드러내는 네모 공간 안에선 좋은 점만 보이니까, 그 모습과 다른 우리 집의 모습과 비교되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자격지심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면 안 하면 되는 건데 이상하게 끊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지금도 무언가에 끌려 열심히 하고 있다.



금동이는 뒤집기를 늦게 했다. 1개월이나 늦게 태어난 누구누구의 맘 아기는 벌써 뒤집어서 되짚으려 한다는데! 그래서 금동이도 괜히 한번 더 뒤집기 연습을 시켜보려 한다던지, 어떤 장난감을 사주니 집중을 잘하는 것 같다고 하면 그 값비싼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손가락이 바빠진다던지. 겨우 백일을 바라보는 금동이를 키울 시기였다.



괜히 나만 못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



잠깐 나의 육아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는 아이답게 키우는 게 최고의 육아방식이라고 생각다. 할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있다는 뭐 그런. 나부터도 공부를 아주 노력해서 해본 적도 없거니와 나의 부모님도 가족과의 추억, 그 시간의 소중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기에 우리 삼 남매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날이면 학교를 땡땡이치고 근교로 낚시를 가거나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갔었다. 나에게도 그런 가치관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는지 금동이에게도 해줄 수 있다면 정해져 있는 수학의 공식이나 영어 단어들을 외우게 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가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얼굴에 떼 구정물이 들어도 그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시기는 짧은 유아기 때일 뿐이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아,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아이처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금동이에게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꺼내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가득했으면 하는 거다.
2020-09-05-051307534.jpg 그저 아이답게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하는 내 금동이, 짜장라면 범벅하고 신났던 어느 날.


그랬던 내가 귀가 그리 얇은 편도 아니고, 내가 정한 생각을 쉽게 굽히는 사람도 아닌데 내 의지와는 다르게, 주관이고 가치관이고 그냥 막 버리게 되는 거다. 막상 아기를 키우다 보니 왜인지 모르게 대다수의 엄마들이 하는 쪽으로 나도 따라가면 뭔가 우리 아기에게 더 좋겠지 하는 의미부여를 하면서.


금동이랑 함께 하면서 금동이가 너무 예쁘니까 소중해지는 마음이 더 커져갔고, 좋은 것 좋은 것 좋은 것만 갖춰주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이 커져갔다.


그러다 문득, 스카이캐슬 첫 화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그렇게 금동이를 너무 사랑해서 라는 명목을 핑계로 두던 내 욕심들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전부 고쳐지지 않았다. 금동이가 조금만 똑똑이 행동을 할 때면 영재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큼 비싼지 괜히 검색해보는 나를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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