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금동이네 08화

금동이네 여덟 번째 이야기

모순 덩어리

by 금동이엄마

금동이는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해왔는데도 엄마 아빠도 모르는 사이에 숨바꼭질하듯 자라고 있었는지, 어제는 소파 위에 올라가 앉지 못했는데 오늘은 단숨에 소파 위에 올라간다거나 핸드폰이 울리면 오빠랑 내 것을 구분하여 가져다준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굳이 금동이에게 알려준 것도 아니었는데 스스로 터득하여 보여주었다. 그때마다 정말 신기하기도 했지만 선풍기 버튼을 발로 끄려는 금동이를 보고 우리가 올바르게 행동해야겠구나 하고 놀라 식겁하기도 하였다.


또 하나,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이제 싫고 좋고는 분명하게 반응하는 시기라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이 부치게 하는 날이 많아졌다. 교사생활을 할 때, 학부모들이 일을 하지 않는데도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늦게 하원 할 때면 저렇게 본인 아이가 보기 싫은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 아이 하나 보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과 어린이집과 집에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직업 때문인지 금동이가 조금만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면 못 참고 고쳐주려는 마음이 강해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강압적으로 금동이의 행동을 제어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금동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을까. 그런데도 엄마에게 다가와 안기고 웃어주는 금동이를 볼 때면 내가 이런 엄마여서 미안하고 속이 상했다.



육아를 하다 보니 모순이 상당히 많다.


아기가 너무 예쁘고 나의 모든 걸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그날의 내 감정과 체력, 그밖에 육아 외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때면 좋지 않은 감정들이 금동이에게 날아갔다. 꼭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금동이가 된 것처럼.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아기한테 뭐 하는 거지 왜 이런 일에 화를 냈지, 조금만 참을걸 하고 속상한 마음에 금동이를 안고 목 놓아 울어 버린 날도 많았다.


오빠에게 밖에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그날은 집안일도 많았고 금동이 이유식 데이였고 생리 날까지 겹쳐서 아주 힘이 들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금동이가 내 책상 서랍에 꽂혀서 서랍을 열고, 서랍 안 물건들을 다 꺼내 헤집어 놓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금동이에게 빽 소리를 지르고 금동이 손에 있던 물건을 거칠게 빼앗으며 금동이 엉덩이를 여러 차례 때렸다. 엄마가 하지 말랬지! 하면서. 놀란 금동이는 큰소리로 울지도 못한 채 나에게 와서 안기려고 했는데 안아주지 않고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화만 냈었다.
금동이가 내 다리에 얼굴을 파묻으며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내가 지금 이 작은 아기한테 뭐 하는 건지 싶었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뺨을 때렸다.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미친 여자 같았다. 그때 금동이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울다가 그 소리에 놀라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는데,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면 다음 주 로또 번호보다 그날의 기억을 금동이가 기억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



훈육은 단호하고 짧게 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고 단호하게 훈육해야 할 상황인데도 무르게 대처할 때도 많아서, 도무지 책처럼 쉽게 육아하기가 어려웠다. 이유식 해줄 때도 구매하지 않았던 책을 금동이가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부터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오은영 박사님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라는 책 중에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구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아이가 만 2세가 될 때까지는 욱하지 않는다.
그 시기에 아이에게 욱한다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너의 첫 사회생활을 응원할게.


나는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구나 싶었다. 늘 퇴근하고 돌아온 금동이 아빠에게 고해성사를 하듯이 금동이를 야단쳤던 이야기를 하면 죄가 덜어지는 것 같았으나, 마음 한편이 불편하고 우울해졌다. 우울함이 꽤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게 산후우울증이라는 건가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던 건지 혼자 극복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너무 예쁘고 소중한 건 맞으나 나도, 내 시간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절대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지 않겠다고 했던 내 욕심은 깨졌고 금동이는 첫 사회생활을 그렇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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