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라는 아이는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막상 금동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니 불안감도 생기고 내가 근무할 때 반기지 않았던 학부모의 모습을 내가 보이고 있었다. 내 아이를 예뻐하지 않으면 어쩌지? 금동이가 미운 행동을 한다고 미워하는 거 아니야? 괜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입소하는 것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나한테도 이제 내 시간이 생기는 건가 라는 설렘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금동이는 오빠와 나(사실 온 가족 모두)의 걱정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적응을 잘해주는 게 서운할 정도로. 처음 금동이를 어린이집에 혼자 두고 1시간 후에 데리러 가야 하는 날에는 내가 못 가고 현관에서 우니까 원장 선생님도 함께 우시면서 내 마음을 이해하신다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이 작은 아이에게 너무 이른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미안함에 마음이 아렸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서 며칠이 더 지나고 나서는 아예 낮잠도 자고 왔는데 첫 낮잠 날, 금동이가 울지도 않고 스스로 본인 낮잠 이불에 누워 잠이 들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금동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정말 잠깐의 이별도 이렇게 유난스러운데 나중에 군대는 대체 어떻게 보내지...
생각해보면 자식 자랑 같겠지만 금동이는 뱃속에 있었을 때도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크게 날 힘들게 하지 않았다. 등 센서로 힘들게 한 것도 고작 며칠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리 수면을 시작하려 할 때도 딱 3일 만에 혼자 잠이 들었다. 쪽쪽이도 중이염 때문에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주지 않았던 그날 밤부터 울지 않고 잠들었고 다들 어렵게 뗀다고 하던데 그 이후로 쪽쪽이를 찾지 않았다. 젖병을 떼고 빨대컵으로 교체할 때도 금동이는 수월하게 따라와 주었다. 그리고 지금 어린이집도. 마치 금동이는 꼭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아이처럼 자꾸만 해내는 거다.
그렇게 유난스러운(엄마만) 어린이집 생활을 한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첫 부모 상담을 하였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금동이는 조금 더 많이 성장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면서 안녕을 하기도 하고 고맙습니다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에 반해 애착과 자기주장이 더 심해져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로 넘어가거나 고집을 부리고 작은 일에도 노여움을 보여 울음도 많아졌다. 마침 그 행동들도 고민이 되던 찰나였고, 제삼자에게 듣는 금동이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기에 상담 날이 많이 기다려졌다. 그리고 그날이 되자 은근히 떨리더라.
어린이집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을까 싶었다. 워낙 밥도 잘 먹고 낯을 가리는 아이는 아니어서 그 두 가지는 걱정이 안 되었지만 놀라웠던 건, 선생님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고, 낮잠시간에 스스로 누워서 금동이가 금동이 가슴을 두드리며 잠이 든다는 거였다. 오빠와 나는 너무 신기해하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선생님께 금동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
사실 울컥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금동이가 어린이집에서 뭐든 다 잘 해낸다고 하니 조금 속도 상하고 짠하기도 하고 복합적이었다. 태어난 지 이제 18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 작은 아이가 엄마 아빠도 없는 곳에서 나름의 사회생활을 한다고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저 사람에게는 또 이렇게 행동을 구분하여한다는 게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은 밝게만 자랐으면 좋겠는데 너무 빨리 눈치라는 걸 알 게 한 것 같아서, 또 금동이가 어린이집에서는 금동이 본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집에 와서 나마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 거였을 텐데 나는 받아주지 못하고 왜 이렇게 애가 말을 안 듣지 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 순간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게 만든다. 우리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가끔씩 어쩌면 금동이가 우리에게 와 준 이유는 우리 부부가 조금 더 어른스럽게 성장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아주 많이 사랑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잠든 금동이를 보며 후회가 되는 몇 가지 일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난 아직도 좋은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오늘도 금동이는 엄마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금동아 엄마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