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덩어리
직업 때문인지 금동이가 조금만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면 못 참고 고쳐주려는 마음이 강해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강압적으로 금동이의 행동을 제어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금동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을까. 그런데도 엄마에게 다가와 안기고 웃어주는 금동이를 볼 때면 내가 이런 엄마여서 미안하고 속이 상했다.
아기가 너무 예쁘고 나의 모든 걸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그날의 내 감정과 체력, 그밖에 육아 외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때면 좋지 않은 감정들이 금동이에게 날아갔다. 꼭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금동이가 된 것처럼.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아기한테 뭐 하는 거지 왜 이런 일에 화를 냈지, 조금만 참을걸 하고 속상한 마음에 금동이를 안고 목 놓아 울어 버린 날도 많았다.
오빠에게 밖에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그날은 집안일도 많았고 금동이 이유식 데이였고 생리 날까지 겹쳐서 아주 힘이 들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금동이가 내 책상 서랍에 꽂혀서 서랍을 열고, 서랍 안 물건들을 다 꺼내 헤집어 놓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금동이에게 빽 소리를 지르고 금동이 손에 있던 물건을 거칠게 빼앗으며 금동이 엉덩이를 여러 차례 때렸다. 엄마가 하지 말랬지! 하면서. 놀란 금동이는 큰소리로 울지도 못한 채 나에게 와서 안기려고 했는데 안아주지 않고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화만 냈었다.
금동이가 내 다리에 얼굴을 파묻으며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내가 지금 이 작은 아기한테 뭐 하는 건지 싶었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뺨을 때렸다.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미친 여자 같았다. 그때 금동이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울다가 그 소리에 놀라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는데,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면 다음 주 로또 번호보다 그날의 기억을 금동이가 기억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
훈육은 단호하고 짧게 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고 단호하게 훈육해야 할 상황인데도 무르게 대처할 때도 많아서, 도무지 책처럼 쉽게 육아하기가 어려웠다. 이유식 해줄 때도 구매하지 않았던 책을 금동이가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부터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오은영 박사님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라는 책 중에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구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아이가 만 2세가 될 때까지는 욱하지 않는다.
그 시기에 아이에게 욱한다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구나 싶었다. 늘 퇴근하고 돌아온 금동이 아빠에게 고해성사를 하듯이 금동이를 야단쳤던 이야기를 하면 죄가 덜어지는 것 같았으나, 마음 한편이 불편하고 우울해졌다. 우울함이 꽤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게 산후우울증이라는 건가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던 건지 혼자 극복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너무 예쁘고 소중한 건 맞으나 나도, 내 시간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절대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지 않겠다고 했던 내 욕심은 깨졌고 금동이는 첫 사회생활을 그렇게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