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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Feb 23. 2023

물경력의 실체 ①

'UXer = 경험 디자이너' 과연 그럴까?

지난 주말, 어떤 UX 관련 아티클을 보다가 그만 욱하고 말았다.


그 아티클의 필자분께서 UX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경험이란 것을 어떻게 하면 즐겁고 또 의미 있게 만들어낼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얼핏 보면 당연한 이야기. 그리 뭐 욱할 요소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류의 이야기가 상당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다. 도대체 뭐가 그리도 배배 꼬였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디자인은 어떤 행위로 인해 필연적으로 얻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 그것이 현실화되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완성된 디자인이란 의미다. 여기에는 기대 이상의 노력과 대가가 따른다. 이것은 곧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와도 상통한다.


예컨대 '학생 작품'이라는 타이틀에 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만든 이가 직업적 프로가 아닌 학생이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결과물이 실제로 구현되고 시장에 유통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학생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


반면 디자인 필드에서 정말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무거나 좋으니 한 번 떠올려보자. 아마도 그러한 위상과 평가는 기본적으로 여차저차 세상에 출시돼 나왔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일 것이다.


이것도 어찌 보면 그냥 당연한 얘기다. 방점은, 어떤 디자인 결과나 결과물이 우리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었지 정도를 성공의 척도로 놓고 다시 생각해 보더라도, 앞서 떠올렸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바뀔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위 '컨셉디자인'이라고 부르는 잠정적인 디자인 결과물도 아주 단적으로 표현해 보면, 의도적으로 구현(≒양산) 전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부릴 온갖 멋을 잔뜩 가미한 실험적인 디자인 허풍(?)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폄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컨셉디자인의 가치와 매력을 좀 과장해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학생 작품이니 컨셉디자인이니 하는 결과물들의 공통점은, 시장의 실제 고객(End User)을 향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매우 냉정하게 말하면 가짜인 셈이다. (B2B의 경우는 결이 좀 다를 수 있다.)


판매거래라는 매우 현실적 화두와는 태생부터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중요한 비즈니스 측면이 거의 생략되다시피 전개된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측면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불완전함이란, 그 디자인의 완성도나 품질과는 완전히 무관한 잣대다.




그렇다면, 나에게 현업 UXer로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 묻는다면 나는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솔직히 경험을 잘 디자인해내야 함은 어찌 보면 UXer 기본이자 착실함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미 줄기차게 쓴 '현실화' '실제로 구현' '시장에 유통' '출시' '상품' '판매' '거래' 이런 낱말들을 한데 묶은 '비즈니스'가 결정적 힌트겠다.


어떤 디자인 컨셉이나 결과물이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하고, 누가 봐도 단점이 잘 안 보인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조직의 순리다. 이것은 단점도 아니고 장점도 아니다.


소위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자 변수가 바로 조직의 'UX 성숙성(UX Maturity)'이기 때문이다. UXer에게는 좋은 회사의 기준이고, 낙후된 조직을 만났을 땐 이를 숙성시키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곤 한다.


따라서 모름지기 UXer란, 그 잘 디자인된 컨셉을 어떻게 하면 '실현'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움직이는 일종의 '집행자'로서의 면모가 훨씬 중요한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집행을 직접 하기 어려운 위치(예. 리서쳐 등)나 도메인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라면 같은 방향을 향해 집행을 돕는 '지원자'로서 빛나야 한다.


이때의 기본기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여러 커뮤니케이션 스킬 중의 하나가 데이터 드리븐일 뿐 만능도구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해지게 된 데에는 이처럼 조직 이슈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조직과 일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소수가 아닌 다수가 일사불란하게 함께 일을 해야 하기에, 이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난이도와 복잡도는 당연히 자라기 마련이다. 일례로 말 한마디, 처신 한 번으로 일이 쉽게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조직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여전히 즐거운, 의미 있는, 감각적인, 감성적인 디자인 제안이 뜻대로 받아들여질 것을 기대한다면 어쩌면 아직 현실을 아무것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스스로 여겨야 한다. 이것이 물경력의 실체가 아닐까.



인하우스 UXer의 진정한 존재 가치는 잘 만들어진 디자인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고객(End User)에게 전달(Delivery)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현실은 마치 장애물 달리기처럼 넘어야 할 허들의 연속이다. 절대 순탄치 않다.


경험상 방법론이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언제나 응용될 수밖에 없으며, 프로세스 또한 오히려 그때그때 만들면서 한다는 표현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다.  


업계에서 유독 경력자를 우대하는 것도, 시니어 UXer가 된다는 것도, 결국 유명한 프로젝트 참여나 화려한 경력이 주에너지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력을 보려는 진짜 이유는, 타이틀이 아니라 실질적인 집행을 해온 지원자의 업무 굳은살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Photo by Jaime Spaniol on Unsplash

Photo by Jeremy Bishop on Unsplash




땅에다 색칠한 게 뭐 대단하다고, 혹은 도로에 색 잘 입혔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단순한 결과가 세상에 구현이 되기 까지 생각 외로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소 뜬금없지만 좋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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