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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Dec 17. 2024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이 '책임'

'책임'에 관하여 — 이직 고민에 대한 리얼 답변 ②

이 글은 멘토링 과정을 통해 실제 답변한 내용입니다.




K멘티님, 생각하시고 분석하신 내용이 다 맞습니다. 스스로를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긍정적인 부분이에요. 복잡한 사안인 만큼 오히려 단순화하고 간단하게 말씀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뭘 해도 괜찮습니다. 스스로가 이 ‘책임’의 경계에서 과연 짊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 막연하기 때문에, 문제를 대하는 모든 생각도 막연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임’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핵심이에요. 자기 신념과 확신의 도움 없이 잘 선택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가능성의 갈래길에서 이 방향 저 방향 쳐다만 보는 자신이 미련하니까 일단 다시 ‘0’의 위치에 세워서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생각은 선택이 두렵기 때문에 발생해요. 선택이 틀릴까 봐... 하지만 그런 것은 없어요. 이걸 믿어야 하는데 신념이 두터워지는 경험 없이 어려울 수 있어 연습이 좀 필요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취준 돌입을 했는데 생각보다 원하는 회사로의 진출이 더딜 수 있습니다. 이미 경험하셨을 테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을 정도 수준의 회사에 임시방편으로라도 일단 들어가게 된다면, 스스로 패배감을 느끼실까 봐 두렵기도 하죠? 만일 이 상황이 가장 두렵고 염려된다면, 일단 적을 든 상태에서 ‘환승이직’을 목표로 삼는 게 낫습니다.


물경력에 대한 걱정도 그래요. 나중에야 그 결과가 드러나지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제조업계에서의 UX는 어디든 녹록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면 다를 것 같죠? 절대 아닙니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업계의 밑낯과 대면한 이 경험이 저는 매우 값지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복잡도와 엉망인 진창을 실제 경험을 통해서 아느냐 모르느냐는 천치 차이이며, 면접에서 면접관은 이 경험 여부를 알아내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이없게도 중요한 자양분일 수 있어요! 따라서 물경력이라는 것, 그것은 시간이 더 지나 봐야 평가 가능하고 내가 어떻게 그 경험을 ‘연출’해내냐에 따라 물경력까지는 안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시 이직의 문제로 돌아와서, 두 가지를 구분하셨음 해요. 지금의 괴로움을 없애는 것(1)과 앞으로 커리어를 좋은 곳에서 이어가는 것(2), 이 둘을 구분하세요. 하나씩 제거하세요.


아마 이런 식이 될 거예요.


희망하거나 선망하는 회사 채용공고가 떴다? 여력이 되면 지원하시고 붙었다? 그럼 미련 없이 가시면 됩니다. (2)를 얻었어요. (1)도 얻었다 여겼는데 막상 옮긴 곳 상황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2)는 얻었고, (1)의 문제도 그간 내성이 생겼는지 덜 민감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하나 얻었잖아요.


스스로 칭찬하시고 만족하시고 차근차든 다음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이때 (1)은 내 연차가 쌓이면서 내부를 바꿀 힘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잘 구분하셔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바꿔보는 겁니다. 그게 바로 ‘실력’, 비로소 물경력을 벗어나는 단계가 됩니다.


만약, 환승이직도 요원하고 모든 에너지가 지쳐 충전도 필요하다 느낀다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전에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 한 가지는, 지금껏 살면서 나의 한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아느냐 모르냐입니다.


문제는 영원하진 않아요. 어쨌든 양상이 계속 바뀝니다. 내가 퇴사하고 나중에 그 회사가 잘 될 수도 있어요. 그때 배 아파하지 않을 자신 있고, 조금 덜 유명한 회사더라도 원하는 (1)을 이뤘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답하세요.


핵심은 충동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서 판단(퇴사)하시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지금 에너지가 충만하고 몇 번의 실패에도 끄떡없는 상태라면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책임’에 대해서만 충분히 마음먹으면 됩니다.


하나 에너지가 그렇지 못하다면 결과적으로 환승이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없고 일단 커리어가 이어지기 때문에 경력에 대한 기술과 어필도 내가 컨트롤(연출) 할 여지도 있어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그나마 낮을 겁니다.


옳은 답은 없어요. 커리어는 유화처럼 계속 덧입혀 그리는 그림입니다. 결국에 내가 의도한 그림에 가까운 결과를 그려내면 될 뿐이지, 매 고비마다 하는 선택 때문에 미래의 나와 커리어가 휘청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시니어들의 핑계예요. 그림을 그리다 포기하거나 길을 잃어놓고선 물경력 운운하는 이들을 닮으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보다 더 나은 커리어를 얼마든지 그려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목표를 계속 생각하시고 하나씩 하나씩 쟁취하고 바꾸세요. 하루 운동했다고 바로 몸짱 되는 거 아니듯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헷갈리고 마음이 붕떠 계실 텐데, 도움이 되셨을까 모르겠네요. 또 물어보시고 이후 소식도 전해주세요!  


(며칠 후)


멘티님, 제 답변이 어떻게 전달이 될까 걱정했는데 잘 소화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누군가 경험 많은 선배나 어른들이 ‘그냥 더 견뎌봐’라고 하는 조언을 풀어서 쓴 것이나 다름없긴 해요. 그냥 막무가내로 버티라는 것처럼 들려서 저도 되게 싫었던 말이거든요. 나는 힘든데 그냥 버티라니 사실 터무니없잖아요.


핵심은 버텨도 되는 상황인지, 버티면 안 되는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기준을 모르면 3년 차, 5년 차, 10년 차가 돼도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연차가 늘어나면 삶이 더 얽히고설켜서 쉽게 이도저도 할 수가 없어집니다. 그땐 의지고 고집이고의 영역을 벗어나서 그렇게 살아지는 대로 살게 될 뿐입니다.


그런 생각을 지금 하긴 어려우시겠지만, 지금은 미래의 나보다 뭐든 운신의 폭도 큰 기회가 많은 나랍니다. 그러니까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이 옳고, 지금의 실패는 미래의 나한테 자양분도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신중함의 끝판왕이 되어 실패도 못하고 연차만 차면 나중에는 책임지고 싶어도 너무 두려워집니다.


써주신 글을 봤을 땐 스스로 잘 이해하고 소화하신 것 같아요. 걱정보다는 말씀처럼 평온한 마음이 들어차신 어느 시점에 또 다른 고민이 되었건 근황 공유가 되었건 커피챗할 수 있으면 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 중에 자세히 보니 저의 ‘자리 넘보겠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에 대해서도 머지않아 ‘책임’ 지실 수 있길 바랄게요ㅎ 저야말로 긴 글 읽어주시고 곱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풀리실 거예요!



Photo by Alysha Rosl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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