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목적, HCI는 그 내용
자동차의 핸들을 잡고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매 순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며 판단을 내린다. 도로의 상태, 주변 차량의 움직임, 신호등, 내비게이션의 지시 등은 모두 운전자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이처럼 운전자와 자동차가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비유로 자주 사용된다. HCI는 인간과 기술(컴퓨터, 로봇, AI 에이전트 등)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 상호작용의 설계와 기능,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과학적·공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운전자가 도로를 달리며 느끼는 ‘안전주행의 만족감’이나 ‘편안한 승차감’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의 본질을 담고 있다. UX는 단순히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넘어서, 사용자가 그 기술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 경험과 그 속에서 얻는 가치에 주목한다. 즉, UX는 HCI가 다루는 상호작용의 구조와 설계가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탐색하는 개념이다.
아주 심플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자동차와 운전자의 비유를 통해 이 둘의 차이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HCI는 자동차와 운전자 간의 ‘상호작용 자체’를 연구한다. 이를테면, 운전대, 브레이크, 가속페달, 내비게이션, 계기판 등을 어떻게 설계하고 배치해야 사용자(운전자)가 가장 효율적으로 자동차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또 이러한 기능들이 어떻게 인간의 물리적·심리적 특성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UX는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느끼는 ‘가치와 경험’을 중시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유, 차 안에서의 승차감이 얼마나 쾌적한지, 혹은 운전이 즐거움을 주는지 등의 경험적 요소를 다룬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되므로, UX는 단순히 안전을 넘어서 ‘이동하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차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와 같은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탐구할 것이다. 사용의 편리함 같은 차원은 묻고 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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