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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그래도 흔들리다

월급쟁이 표류기 | 6편

by 헤이아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어요.

실패에 넘어지지 않고 밟고 나아가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요.”




1. 나는 이제 괜찮아졌다고 믿었어요


2,000만 원을 모았을 때,

나는 내가 뭐라고 된 것 같았어요.

적금도, 예산 관리도, 습관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안 흔들려”라는 말도

스스로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순간이 오히려 위기직전이었어요.



2. 비교는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감정이에요


친구가 새로 차를 뽑았고,

SNS에선 동기들이 해외여행 사진을 올렸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고차 시세를 검색하고 있었고,

나도 여행으로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그즈음엔,

나는 스스로를 조금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자산을 모으고 있고,

조금 더 ‘현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은 비교 앞에서 너무 쉽게 깨졌어요.

내가 이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의 ‘눈부신 소비’ 앞에선 순식간에 무색해지더라고요.



3. 결국은, 흔들리는 마음을 참지 못했어요


결국 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어요.

목적지는 베트남 하노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하롱베이에서 배를 타며 석회암 절벽 사이를 누비는 경험을 했어요.

그 순간은 분명 멋졌어요.

SNS에서 보던 그 장면 속 주인공이

드디어 나인 것 같았죠.


“이 정도 경험은 나도 누릴 자격이 있어”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요.

그리고 여행 중간중간,

풍경 사진과 배 위에서 찍은 셀카를 SNS에 올렸어요.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제대로 쉰다'는 내 모습이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좋아요가 눌릴 때마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았고,

댓글 하나하나가 스스로에 대한 칭찬처럼 느껴졌어요.

그 시절엔 아직 직구가 흔치 않던 때라,

해외여행은 곧 쇼핑의 기회이기도 했어요.

면세점에서 명품 선글라스, 향수, 화장품, 벨트까지..

지금 생각하면 과했지만, 그땐 당연하고 오히려 돈을 아꼈다고 느껴졌어요.

그렇게 좋은 여행인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은 어딘가 뻐근했어요.

행복했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했어요.


그렇지만 한 번 터진 소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여의도에 있는 해밀O셔츠에 들러 맞춤 셔츠 몇 벌을 주문했어요.

그때는 맞춤셔츠 손목에 이니셜 새기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가지고 싶더라고요.

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며,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던 그 순간.

그게 자신감인지 허세인지도 구분이 안 됐어요.

한 달쯤 지나고 나서,

통장을 정리하다가 그때 썼던 금액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어요.

명확하더라고요.

그건 나를 위한 지출이라기보단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였다는 걸요.



4. 다행인 건 습관,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와중에도 주말마다 아무 생각 없이 엑셀을 켰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출을 입력하고 있더라고요.

생각은 없었는데,

이미 몸에 밴 습관처럼 나는 다시 예산표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주말엔 커피전문점 대신 집에서 카O를 마시고,

택시는 끊고 지하철을 탔어요.

다시 소비는 줄었고, 마음도 서서히 정돈됐어요.

그건 처음 시작한 습관들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였어요.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느꼈어요.

이 흔들림도, 나의 성장통이라는 걸요.




마무리하며


변화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진짜 변화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거였어요.


누구나 흔들려요.
하지만 돌아오는 법을 아는 사람은,
결국 더 멀리 가더라고요.



혹시 지금 당신도,

잠깐 멈춘 걸 ‘실패’라고 오해하고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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