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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군고구마 두번째 이야기

이어질지 몰랐던 이야기

by 현이

며칠전 처음으로 '편의점 군고구마'를 맛봤다.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석쇠에서 따끈함을 품고 있는 군고구마. 추운 겨울날씨 퇴근길을 은근 즐겁게까지 해 준다면, 삐빅- 소확행 리스트에 등극하였습니다.



그새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일명 <편의점 낭만>이라고 칭해야겠다.


영하 11도라는 오늘도 군고구마와 잘 어울리는 날이다. 사실 영하 11도는 핑계다. 오늘도 편의점 문을 열었다. 다행이다 군고구마가 있다!



재미있는 점 하나.

직원분과 지난번 대화를 나눈 이후로 석쇠에 누워 있는 군고구마 갯수가 늘었다.


저녁 퇴근 시간에 방문하기에, 군고구마가 다 팔리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대화를 했었다.


"이 근처 사시면 더 구워 놓을게요."라던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직원분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요며칠 군고구마 갯수가 평균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난 걸 보면, 그녀는 나를 위해(?) 고구마를 더 구워두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재미있는 점 둘.

나: "안녕하세요~ 군고구마 한개 할게요."

직원분: "(종이봉투를 꺼내며)안녕하세요~ 어 그런데 인스타그램 올리셨어요?"

나: "(??) 네? 어떻게 아셨어요?"

직원분: "세븐일레븐 인스타 보고 매니저님이 여기 매장 아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ㅋㅋㅋ"

나: "헐 맞아요.ㅋㅋㅋㅋ" (쑥스러운 척 하면서 물어보면 다 대답해주는 타입)


올 겨울 작은 이벤트 같았던 세븐일레븐의 리그램

그렇다. 처음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사던 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렸다. 뚜껑을 열고 직접 고구마를 고르는 이 장면이 뭔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좀.. 낭만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나만 그럴 수도).


그리고 세븐일레븐 공식 계정을 태그 했는데,

신기하게도 공식 계정이 내 스토리를 리그램 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스토리를 보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곳 매니저님은 그걸 보고 혹시 우리 매장 아니냐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나 역시 너무 신기했다!)


직원분: "매니저님 말 듣고 누가 올리셨는지 딱 알겠더라고요.ㅋㅋㅋㅋ"

나: "아 정말요?ㅋㅋㅋㅋ 저 맞아요ㅋㅋㅋ"

직원분: "매니저님이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나: "ㅋㅋㅋ 오늘 더 잘 찍어서 올려야겠어요."


애정(+아무말) 담은 스토리랄까. 더 많은 분들께서 겨울 소확행 즐겨보시길!

오늘은 좀 더 좋은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지난번보다 더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는 군고구마와 팥붕어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같이 웃으며 좋아하셨을 매니저님과 직원분을 상상하면서. 저녁에도 군고구마를 언제든 살 수 있겠다- 안심하면서.


편의점 밖에는 '가깝고 편리한 행복충전소'라고 쓰여 있었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우연한 즐거움은 삶에 언제나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올 겨울 군고구마는 정말 여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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