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걷기와 좋은 커피
커피는 이제 내게 일상의 일부가 된 거 같다. 주말에도 커피가 생각나는 걸 보면 말이다.
원래는 출근할 때 생존용으로 마셨던 커피가, 이제는 주말에도 찾는 애착음료(?)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본다.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 쉴 때 마시는 커피, 놀러 가서 마시는 커피.. 이 셋은 모두 엄연히 다른 커피이므로. 마시는 곳도 마시는 기분도 다르니까 말이다. '커피'는 커피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는 건 아닐 테다. 커피라는 하나의 매개체에서 파생되는 이러한 다양성이 좋다.
아무튼, 이번 대체휴일에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지만 움직여지지 않는 몸..
이럴 때 개인적으로는 우선 「움직여야」 한다.
그래 나가서 커피를 사 오자!
커피는 어쩌면 명분이다. 커피를 사러 다녀오는 동안 몸도 정신도 깨기를 바라는 속내가 진짜일지도.
커피를 사러 다녀오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잠깐의 고민이 시작된다.
어디로 사러 갈까?
카페가 참 많다. 소비자에게는 어쩌면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뜻이다.
선택지가 많으면 때로는 머리가 아프다.. 우리 인간은 늘 최선의 선택을 계산하는 존재이므로(그것이 정말로 최선의 선택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가던 카페를 가기로 한다. 앞서 생각한 것처럼 커피는 모두 다른 커피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카페와 커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단 한 잔의 커피만 마셔야 한다면 이곳에서 커피를 마실 게 분명하다.
카페가 위치한 숲길에 들어서는 것, 이제는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서 마치 이웃 같은 바리스타분들을 만나는 것,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리프레쉬를 도와주는 것, 언제나 간결하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 그곳의 커피. 바리스타분께 커피를 건네받으며 잠깐의 대화가 기분 좋게 오간다.
카페에 다녀오는 건 잠깐의 걸음이지만, 그동안 몸과 마음에 미묘한 변화가 깃든다.
가볍게 내리는 부슬비 속 조금 차가운 공기를 뚫고 걸으니 아침잠을 깨기에 좋았다. 또한 이른 오전부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어둔 카페에 들어서며, 나 역시 오늘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일찍 문을 여는 단골 카페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오늘을 시작하고 있군요- 그러니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말이다. 할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움직이는 우리가 서로에게 조용히 힘이 될 수 있는 것 말이다.
좋은 커피는 늘 모든 것을 나아지게 해 준다고 믿는 편이다. 그리고 좋은 커피는 그 자체만이 아닌 커피를 내리고 전해주는 사람, 공간, 위치 등 여러 가지 명시적이지만은 않은 요소들의 결합일 테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을 이미 잘 시작했다는 걸 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상태로 몸과 마음이 서서히 채워졌다는 것도.
오늘의 깨달음이다.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필요한 건 어쩌면 의지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의 예열이 필요하다. 그것이 내게는 약간의 걸음과 좋은 커피 한 잔인 것 같다.
언젠가 책에서 본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옆에 한 잔의 커피면 글을 써내려 갈 채비를 마친 거라고. 당분간은 좋은 커피를 늘 옆에 준비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