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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15. 2024

불러도 대답 없는 우리 엄마!

4화

  햇살 잘 드는 느긋한 휴일 오후, 마루에 앉아 입소리를 내며 삐-삐- 나름의 말을 하고 있는 우리 딸 지민.

  나는 그 옆에 벌렁 누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손을 모처럼 만지작거렸다.

  지민이는 누가 자신의 피부나 몸을 만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엄마인 내가 손등을 어루만지는 것도 질색하는 표정으로 거부한다.


  그때 양손등에 찍힌 흉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코끝이 찡했다. 딸은 으-으- 하더니 손등을 만지는 나를 거세게 밀어버린다. 이제는 상처가 다 아물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이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오래전 지민이가 특수학교 다니던 때였다. 지금보다 훨씬 보살피기가 힘든 시기였다. 스쿨버스가 우리 집 앞에 제일 먼저 섰다. 지민이는 항상 제일 먼저 스쿨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시내를 돌아 학교로 들어갔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지민이를 제일 먼저 씻기고 먹이고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들어와, 다른 가족들과 내 아침 준비를 하곤 했다. 항상 바빴고 항상 긴장 상태였다.


  어느 날, 스쿨버스만 오면 미소를 지으며 타던 아이가, 스쿨버스만 보면 타지 않으려고 울면서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었다. 그래도 바쁜 아침이고 경황도 없어 억지로 태우고 보냈다. 일주일을 그렇게 보냈다.


  일주일째 되던 날,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손등에 꼬집힌 자국이 너무 많다는 거다. 선생님은 혹시나 하고 조심스럽게 우리 가족을 의심했다.

  나는 너무 당황했다. 의심받은 것이 당황스러운 게 아니라, 그걸 미쳐 발견 못한 엄마라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퇴근하자마자 아이 손등부터 들여다봤다. 자국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꼬집힌 게 아니라 찍힌 자국이었다. 피가 나도록 찍었다. 누군가.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찔해졌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모두 살폈는데, 지민이를 뺀 모두가 뇌성마비 아이들이라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하고 선생님은 스쿨버스 좌석을 확인했다. 문제는 거기였다. 아이 옆에 덩치 큰 여자아이가 탔는데 한 시간가량 같이 가면서 지민이를 좋다고 만지다가 거부하니까 화가 나서 할퀴고 손등을 뜯은 것이었다.


  스쿨버스 도우미 선생님은 몇 번이나 사과를 하셨고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해하셨다. 아마 선생님도 아이들 차량 등교시키느라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상처를 입힌 아이 어머니에게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치료비를 원하면 선생님이 그 어머니에게 말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고 서운했다. 일단 그런 일이 있으면 선생님을 중간에 세울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나에게 전화해서 사과를 하고 서로 조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로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데, 이해가 안 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사실 부모인 나도 내 아이 아픈 손등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선생님께는 괜찮다고 그런데 굉장히 그 어머니께 서운하다고만 전해달라고 하고 끊었다.


  가끔 이런 일은 서로 간의 많은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그런데 가장 먼저 잘못한 이는, 아침마다 급하게 짐짝 떠밀듯 스쿨버스에 아이를 들이밀고 급하게 달려갔던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스쿨버스에만 타면 자신을 괴롭히고 피가 나도록 손등을 할퀴는 그 자리에 울면서 앉아, 창밖으로 뛰어가던 내 뒷모습을, 우리 지민이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을까?


  난 참, 세상에서 제일 못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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