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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16. 2024

굿~모닝커피 한 잔!

5화

  우리 집은 긴 하천을 따라 카페들이 아주 많은 곳에 있다.

  엄마는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한다.


  내가 가끔 무서운 꿈을 꾸거나 너무 덥거나 너무 머리가 아프거나 하면 새벽에 깨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왜 일찍 일어나는지를. 

  그들의 언어로 표현을 할 수 없어서 그들처럼 설명할 수가 없다. 하기야 말을 잘하는 그들도 가끔 다투거나 폭력을 쓰거나 전쟁을 하기도 한다. 


  아무튼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가끔 일찍 일어난다.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면 엄마는 다크서클 가득한 눈으로 화를 내기도 하고 지친 표정으로 달래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잠을 그렇게 깨버리고 나면 다시 잘 수가 없다.


  엄마에게는 늘 이런 점이 미안하다. 몸도 예민하고 잠도 예민한 나라서 참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내 앞에서 울고 웃고 다정하고 정겹고 불안해하고 미소를 짓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운전을 하고..... 모든 것을 나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아침에는, 엄마는 출근 준비를 더 빨리 해버린다. 

  그리고 나를 차에 태워 숲으로 우거진 하천 카페거리로 향한다. 

  그곳에는 아침 7시에 문 여는 카페가 제법 많다. 

  엄마가 나를 차에 태운 채 창문을 모두 열어두고 카페 바로 앞에 주차하고는, 커피를 한 잔 주문해서 야외 테이블에 앉는다. 

  나는 그런 엄마를 차 안에서 바라본다. 엄마는 테이블에 앉아 내게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우리 엄마의 힐링이다.


  엄마는 차를 마시며 봄에는 건너편 하천 따라 우거진 매화를 바라보고 여름에는 개구리소리를 듣고 가을에는 단풍숲을 즐기며 겨울에는 뜨개질로 겨울옷을 입은 나무들을 감상한다. 


  가끔 엄마의 지인들 중 모닝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엄마의 얼굴은 천사처럼 빛난다. 엄마의 책모임 사람들일 때도 있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일 때도 있다. 아무튼 엄마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 웃는 표정, 격분하는 표정,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들을 쉴 새 없이 보인다.


  엄마는 잘 모른다. 내가 엄마의 모닝커피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차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아침 새소리와 숲의 바람소리, 카페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구수한 커피 향. 여기는 어쩌면 엄마의 천국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나는 내일도 천국에 다녀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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