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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May 22. 2024

우리 다 함께 파티를 해 봅시다!

6화

나는 사람들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냥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좋고 모여서 웃는 소리도 좋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 보인다. 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니까.


내가 지금보다 아주 많이 어릴 때, 우리 집은 아파트 3층이었다. 거실 창으로 보면 바로 앞에 1층 마트가 있고 옆에 놀이터도 있었다. 나는 눈만 뜨면 창문에 붙어 앉아 거기 지나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기어 다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 신세였는데,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했고 부러웠다. 


어떤 사람은 아이와 다정하게 마트에서 뭔가를 가득 사서 나오고, 또 어떤 사람은 울며 떼쓰는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먼저 가 버리기도 하고, 마트 옆 구석에서 담배 피는 젊은 남자, 놀이터에서 수다 떠는 아줌마들, 더운 여름에도 아파트 여기저기 청소를 하는 사람들, 늦은 밤 술에 취해 커다란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남자.... 그 남자는 우리 아빠였다.



그리고 나는 술도 무지하게 좋아한다.


엄마가 몇 년 전에 술맛을 알아버려 밤마다 온갖 종류의 술을 다 사서 마신 적이 있다.

전통주부터 사케, 수제맥주까지. 

옆에 앉아 내가 흥얼대면 엄마는 웃으면서 아주 작은 잔에 한 모금 주셨다.

오! 그게 생각보다 입안에 착 달라붙는 게 맛있었다.

그리고 안주도 일품이었다.

새우와 양파만 구워 걸쭉하게 만든 요리도, 비 오는 날 부침개도, 석쇠에 구운 불향 가득한 불고기도, 추운 겨울밤에 먹는 따끈한 홍합탕도....

그래서 우리 엄마는 반찬보다 안주를 더 잘 만든다.


내가 어릴 때는 집에 친척이나 엄마 친구들이나 아빠 친구들이 항상 많이 왔다.

나는 그런 북적거림이 좋았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따뜻하고 정겨운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 맛있는 냄새.... 이 공간이 안전하고 화목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랄수록 점점 우리 집에는 손님이 오지 않았다. 

아빠는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고, 엄마는 나 때문에 친구들과 밖에서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집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엄마의 안주 솜씨는 나날이 늘어갔다.



나는 잔치나 파티를 좋아한다.


어릴 적 막내 동생 돌잔치를 집에서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우리 집이 아주 넓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살았다.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고 출장뷔페도 불렀다. 사람들의 소리와 음식 냄새가 하루종일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종일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내 방에서 같이 놀아주셨다. 엄마는 그날 분주하게 오가면서 내 방에 정말 많은 음식들을 날라주셨다. 그래도 나는 밖에 나가고 싶었는데....


지금 우리 집은 아주 작다. 가끔 엄마는 나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시기도 한다. 내가 엄마를 돕고 싶어 부엌에서 칼을 꺼내고 행주를 집다가 다른 식기류를 다 떨어뜨리고 그릇을 꺼내다가 깨 버리고 해도 엄마는 이놈- 하고는 웃어 넘기 신다. 그런데 정말 가끔 엄마는 너무 힘들다며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내 소원은 아주 오래전처럼, 친척들이 가득 모일 수 있는 아주 큰 집에서 멋진 파티를 하는 거다. 

나는 멋진 드레스를 입고 같이 술도 마시고 웃고 떠들고 춤도 추고....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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