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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Jul 24. 2024

입학하는 서영이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창문을 보니까 아직도 밖은 캄캄했다. 로사 언니네 이모가 사 준 클로버 빨간색 책가방을 끌어안고는 따뜻한 이부자리에서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까 책가방에 침이 가득 묻어 있었다. 나는 내복 소매 자락으로 얼른 침을 닦았다. 장롱 옆 화장대 사이로 내 코트도 보였다. 입학식 날 입으라고 교복재단사를 하는 철이 삼촌이 만들어 준 코트였다. 그 옆에는 어머니가 사 준 조약돌 무늬 같은 나팔바지도 걸려있다. 앉은뱅이책상 위에는 내 운동화도 놓여 있다. 운동화는 아버지가 시내에서 사다 주셨다. 입학식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확실히 좋은 건가 보았다. 어른들이 신발부터 가방까지 다 사주는 걸 보면. 이 날을 위해서 겨울 내내 종이에 내 이름을 그렸다. 이게 내 이름이란다.      

  김 서 영.     

  그러니까 오늘은 김 서영이가 입학식을 하는 날이다.      

  희덕이 언니는 올해가‘1978년’이라고 했다. 그것도 뭔지는 잘 모르지만 학교 가면 그 숫자를 써야 한다면서 백 번도 넘게 그리게 했다.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학교는 조금 피곤한 곳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옷이며 가방에 신발까지 새 거니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천천히 옷을 입혀 주었다. 어머니는 두 달 전에 막내 동생을 낳아 아직도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어른들 말로는 아직 백일이 지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주 아프다. 낮에는 이제 나하고 놀아 주지도 않고, 동생 재민이하고도  잘 놀아주지 못하고 갓난아기만 안은 채 잠이 들곤 했다. 어린 재민이랑 나만 방구들에 앉아 낡은 벽지를 뜯고 놀았다. 따분하고 심심했다.      

  오늘 아침은 방문을 나오는데 아랫목에서 아직도 자고 있는 재민이한테 자꾸만 눈이 갔다. 혼자 심심할 건데. 학교라는 데를 빨리 다녀와서 막내 구야 삼촌이 사다 준 12색 크레파스로 같이 그림 그리고 놀아야겠다. 그리고 아빠한테 졸라서 오십 원 정도를 얻어야겠다. 그걸로 뒷집 가겟방에서 뻥튀기도 사 주고 십 원짜리 자야 과자도 한 봉지 사 줘야겠다. 학교에 가면 한글도 배울 수 있다고 하니까, 열심히 배워서 언니들처럼 만화책 빌려다가 하루 종일 고구마 먹으면서 보고 싶다. 만화책에는 그림이 가득하다. 그것도 칸칸이 그림이다.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글자가 깨알처럼 들어있다. 그건 좀 싫다. 아무튼 글자는 배워야 한다니까 열심히 해 봐야겠다.      

  아빠는 벌써 마루에 걸터앉아 반짝거리는 검정 구두 뒤꿈치를 구둣주걱로 신고 계신다. 주걱처럼 생긴 구둣주걱로 뒤꿈치를 막 후벼 파면서 구두에 발을 넣고 있다. 아빠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많이 박여서 그런지 잘 들어가지 않나 보다. 몇 번 하더니 쑥 들어갔다. 우리 아빠는 역시 탁주회사 소장님으로 출근할 때보다, 쉬는 날이 더 멋지다. 할머니 집 마당가에 서 있는 오래된 나뭇결같이 생긴 겨울 양복을 입고 계셨다. 나는 빨간 코트에 빨간 가방을 메고 조약돌 모양 나팔바지를 입고는 마루에 걸터앉아 새 운동화를 신었다. 나도 아빠처럼 구둣주걱로 운동화에 작은 발을 집어넣어 보았다. 바로 쑥 들어갔다. 쳇! 아빠처럼 좀 힘들게 들어가지. 그래야 재밌는데. 너무 쉽게 들어가잖아!      

  그러고 앉았는데 로사 언니네 식구들이 방문을 열고는 아빠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식당 방 외사촌 언니들도 방문 다 열고 쳐다보고, 문간방 영자이모까지 마당에서 서성댔다. 초록 대문 집 울타리 식구들이 아지랑이 피던 그 이른 봄날 아침에, 전부 아빠와 나를 바라보며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고 있었던 거다.      

  “서영이, 집 찾아오겠나?”

  “학교 가면 선생님들 억쑤로 무서울 긴데!”

  “꼬맹이가 벌써 입학을 다 하네!”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튀어나왔다. 

  우리 가족이 초록 대문 집에 이사를 온 지는 몇 달 안 된다. 그런데 대문간 영자이모네 빼고는 전부 원래 알던 사람들이다. 옆 방 로사 언니네 식구들은 아버지 오랜 친구 집이고, 식당 방 외사촌 언니들도 어릴 때부터 맨 날 우리 집에 들락거리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기분이 좀 나쁘다. 나보고 모두 꼬맹이라 하고, 아직도 아기 취급이나 해 댄다. 벌써 일곱 살인데. 나는 샐쭉한 표정으로 아버지 손을 꼭 잡고 뒤도 안 보고 대문을 확 열었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마루에서 나한테 말하는 소리가 골목까지 들렸다.     

  “조심해서 댕기 온나!”     

  아빠는 골목 입구 도로가에 있는 구멍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담배 한 갑과 커다란 알사탕 세 개를 사서 불룩 튀어나온 배가 쑥 나오도록 걸어 나오셨다. 내 손바닥 위에 알사탕 세 개를 올려놓으시고는 작은 소리로 말하셨다.      

  “우리 서영이, 인자 학생이네!”     

  아빠는 내가 초등학생인 게 진짜로 기쁜가 보았다. 며칠 전에도 친구랑 전화 통화하시면서 우리 딸 입학식 가야 한다면서 다녀와서 보자고 하셨고, 시내에 사시는 할머니한테도 전화하셔서 입학한다고 자랑하셨다. 우리 아빠는 나이가 많다. 우리 아빠가 삼촌들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데 장가를 늦게 갔다고 할머니가 그랬다. 친구들 자식들은 다 중학생 고등학생인데 우리 아빠는 이번에 태어난 갓난아기까지 있다. 로사 언니네 중대장 아저씨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집 언니 오빠들은 막내 로사 언니 말고는 다 대학생에 취직까지 해서 일하러 다닌다. 그런 거 보면 우리 아빠는 진짜로 우리를 늦게 낳았나 보다. 하기야 그래서 옆 방 로사 언니네 아저씨 아줌마가 나를 더 예뻐하는지도 모른다. 아빠 친구들 모임에 따라가도 알 수 있다. 다들 재민이랑 내가 가면 예쁘다고 막 먹을 거랑 용돈이랑 주고 그런다.      

  나는 골목을 따라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갔다. 사탕 한 알을 까서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달았다. 나머지 사탕 두 개는 코트 주머니에 꼭 넣었다. 나중에 재민이 줘야지.      

  우리 동네를 지나 넓은 밭을 지나갔다. 그다음에는 커다란 하천이 나왔다. 아빠는 내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셨다. 태어나서 처음 이렇게 먼 데까지 와 봤다. 다리를 건너서 다시 길을 따라가니까 집들이랑 가게가 많이 나왔다. 이번에는 또 기차 철로가 나왔는데 그 밑에 굴다리가 보였다. 굴다리 안은 어두웠다. 나는 무서워서 아빠 양복 옆에 꼭 붙어서 걸었다.      

  “우리 서영이, 나중에 혼자 집 찾아오겠나?”     

  어? 이게 무슨 말이지? 왜 나 혼자 집을 찾아가지? 일곱 살 계집애가 어떻게 태어나서 처음 온 길을 찾아가나? 나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거리고 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온 길을 돌아다보았다. 우리 집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큰일 났다. 희자 언니 말이 진짠가 보았다. 어젯밤에 칡뿌리 뜯으면서 입이 새까맣게 해 가지고 마귀같이 떠들어댔다.     

  “내일 고모부가 니 데리고 입학식 가모, 니 버리고 올 긴데! 우짤래?”

  “아이다!”     

  나는 아니라고 막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진짠가 보다. 아. 앞 집 무당 할매 옆방에 사는 형식이도 며칠 전에 만화방에서 그랬다.      

  “입학식이 뭐 좋노? 어른들이 우리 학교에 버리는 날인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했다. 이걸 어쩌지. 그런데 엄마는 왜 나보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했지? 그러니까 조심해서 길 찾아오라고? 아. 진짜 어른들은 짜증 난다. 이런 생각으로 자꾸만 고개가 땅으로 파고들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 굴다리를 지났다. 다시 환한 세상이 나왔다. 아주 넓은 밭이 있었고 저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는 사 층짜리 높은 건물이 보였다. 저게 학교인가 보다. 그런데 나는 집을 찾아갈 자신이 없다. 하도 많은 길을 와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나를 버리고 가면 나 혼자 어떻게 찾아 가나? 나는 속으로 다시 온 길을 하나하나 더듬어보았다. 뒤에 굴다리, 굴다리에서 집들과 가게들, 가게에서 큰 다리, 큰 다리에서, 음 … 우리 집 가는 골목이 어디더라? 아, 기억이 안 난다. 여기서 그냥 울어버릴까? 아니면 그냥 한 번 학교라는 데를 따라가 볼까? 나는 그때부터 아빠 손을 더 꼭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아빠 손은 엄마가 읽어 준 콩쥐팥쥐 책에 나오는 동아줄이다. 놓치면 끝장이다!


  넓은 밭으로 걸어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한복을 입은 아줌마들이 나 같은 아이들을 한 명씩 손잡고 태극기가 걸린 높은 건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아빠랑 가는 아이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무서웠다. 아빠가 나를 버리고 갈까 봐서, 지나온 길을 혼자 다시는 찾아가지 못할까 봐서. 그런데 지나가는 다른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신이 난 모양이다. 저 아이들은 전부 집 가는 길을 아는가 보았다. 부럽다. 나만 바보 멍청이인가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형식이랑 만화책 안 보고 집 찾는 연습이나 할걸. 형식이는 어른들이 우리를 버리는 날인 줄 알고 있었는데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참 대단한 아이다. 우리 집은 아기까지 태어나서 엄마가 더 힘드니까 아마 나를 이 학교라는 데에 버리는가 보다. 고아원 같은 데 같다. 그냥 울고 싶다. 어른들은 진짜로 나쁘다. 탑같이 높은 문 안에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아! 저기 형식이 아빠랑 형식이가 있다. 그런데 형식이는 웃고 까불고 난리다. 저 아이는 진짜 이상하다. 뭐가 좋아서 그러지? 집 가는 길을 아나? 아버지는 태극기가 걸려 있는 데까지 나를 데리고 가서는 형식이 아빠한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는 완전 울상이었다. 이제 기념사진까지 찍고 진짜 여기다가 버리나 보다. 그런데 고아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진짜로 많다. 아이들은 버리는데 왜 어른들은 좋아서 웃고 떠들고 난리일까. 아빠는 아까부터 계속 나를 쳐다보신다. 내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그래서인가 보다. 아빠는 고개를 숙여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셨다.     


  “서영이, 무섭나?”     


  나는 고개만 끄덕끄덕 했다.     


  “친구들도 이래 많고, 공부도 하고, 노래도 배우고 할 긴데 머가 무섭노?”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아빠는 이곳이 학교라고 말해주셨다. 아빠는 태극기가 걸린 데 앞에 나를 세우고는 왼쪽 가슴에 달린 손수건 위 녹색 체크무늬 작은 깃발이랑 같은 무늬를 찾으라고 했다. 저 멀리 깃발 열 개가 보였다. 나는 운동장 멀리 높이 보이는 깃발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빠는 잘했다면서 내 손을 꼭 잡고 녹색 체크무늬 깃발 아래로 데려갔다. 눈이 움푹 들어가고 펌 머리를 한 외국인같이 생긴 여자가 녹색 체크무늬 깃대를 잡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서 있었다. 사람들이 일으키는 흙먼지 한가운데 그 여자는 서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저 사람이 담임선생님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게 뭐냐고 나는 물었다. 아버지는 다시 일 년 동안 나를 가르칠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집을 못 찾아가면 저 여자와 이 학교라는 데서 일 년 동안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보았다. 나는 갑자기 그 여자가 마귀처럼 보였다. 아빠와 내 사이를 떼어놓는 나쁜 요괴 마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은 어시장보다 더 시끄러웠다. 할머니랑 옆 방 로사 언니네 아줌마가 장사를 하시는 어시장보다 백배는 더 시끄러웠다. 콧물이 질질 흐르는 사내아이가 달려가면서 새 운동화를 밟고 사람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녹색 깃대를 든 여자는 많이 피곤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빠 손을 꼭 잡고 절대 놓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했다. 운동장 한가운데 높은 단상 위에서 아빠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마이크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댔다.     


  “학부모님들은 옆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그때였다. 아빠가 잡은 손을 놓으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울상을 해서는 양손으로 아빠 손을 꽉 움켜잡았다.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깃발 든 여자가 또 소리를 질렀다.     


  “학부모님들, 옆으로 서 주세요!”     


  아빠는 내 손을 다시 놓으려고 했다. 나는 양손을 꽉 잡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다가 사람들 사이에 밀려서 아빠 손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앗.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반찬 냄새에 애들 젖 냄새나는 아줌마들 사이에 우리 아빠는 없다. 갑자기 머리가 빙 하고 어지러웠다. 아빠가 나를 버렸다.      

 

  “자, 여러분! 앞을 보세요!”     


  마귀 같은 여자가 자꾸만 떠들었다. 아빠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나는 갑자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있는 힘을 다해 목이 터지게 울어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우는 것 밖에 없다. 설마 이렇게 우는데 버리겠어? 나는 절대 혼자 집에 찾아갈 수 없다, 아빠를 운동장에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생존이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서 울었다. 처음에는 내 울음소리가 사람들 소리에 들리지도 않더니 점점 내 울음소리만 남기 시작했다. 나는 더 크게 울었고 갑자기 운동장이 조용해졌다. 깃발 든 여자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단상 위 남자도 나를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전부 나만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다시 아빠의 따뜻한 손이 잡혔다. 아빠는 풀 냄새, 젖 냄새가 나는 아줌마들 틈 속에서 다시 내 옆에 와 있었다.      


  “아빠 여기 있다!”     


  나는 그제야 울음을 뚝 그쳤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래도 목표를 달성했다. 휴- 살았다. 역시 우리 아빠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우리 아빠가 나를 버릴 리가 없다. 깃발 든 여자는 아빠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아빠랑 같이 아이들 틈에 줄을 섰다. 풀 냄새나는 아줌마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이고, 늦둥인 갑다!”

  “아부지가 입학식 날 다 오고!”

  “저래 울어대서 학교나 다니겄나?”     


  입학식을 마치고 단상 위에 있던 남자가 아빠한테 와서 인사를 했다. 내가 울어서 그런가.      


  “김 선생 아닙니꺼!”

  “아, 교장선생님. 오늘 폐가 많았습니더.”

  “하하, 일곱 살인데 겁이 나겠지요!”     


  그 남자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잘할 수 있제?”     


  뭣도 모르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빠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오는 길에 문방구라는 데를 가서 공책이랑 연필이랑 많이 사 주셨다. 그런데 아빠가 단상 위에 있던 남자를 어떻게 아는 걸까? 교장 선생님? 우리 아빠는 진짜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가 보다. 그 남자가 우리 아빠보고 김 선생, 이라고 했다. 그럼 우리 아빠도 집 못 찾아가는 아이들 키우는 사람이었는가?      


  “우리 서영이, 한 해 더 있다가 학교 갈까?”     


  오는 길에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싫다!”

  “아까는 겁먹고 울더마는!”

  “그래도 집만 찾아올 줄 알면, 갈 끼다!”     


  아빠는 아주 크게 웃었다. 아빠가 그렇게 크게 소리 내서 웃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 서영이가 사내로 태어났어야 되는 긴대!”


  커다란 눈만 말똥말똥 거리며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주머니 속 알사탕이 아직 두 개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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