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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 Jul 24. 2024

초록대문집 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가을에 우리 집은 이사를 했다. 남쪽 바다가 있는 도시 마산 변두리 그것도 마산교도소 인근 동네 초록 대문 집으로 이사를 갔다.      


  내 영혼을 온통 다 두고 온 그 초록 대문 집.


  낡고 오래된 철 대문 초록 대문 집. 초록색 페인트가 벗겨질 데로 벗겨져 곰보자국처럼 뻐끔뻐끔 녹슬어 온통 얽어 있는 그 대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서면, 마당 군데군데마다 잡풀이 우겨져 있다. 마당 구석에는 융단처럼 파란 이끼가 널려있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나무 평상이 그대로 마당 한가운데 놓여있다. 그 옆에 시들어 목이 꼬꾸라진 국화 화분이 담을 따라 대 여섯 개 놓여 있었다. 물을 안 주어 시들었는지 진드기 때문에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 옥상 계단 칸칸이 말라비틀어진 이름 모를 화초들이 금 간 화분 속에서 초한 모습으로 하늘과 맞닿은 계단 끝까지 길 안내자처럼 앉아있다. 마당으로 들어서서 조심스럽게 안채로 발을 옮겼다. 낮은 계단 세 칸을 내려와 댓돌을 지나서 마루 앞에 우뚝 서  버렸다. 작고 야윈 어린 여자 아이가 앉아 울고 있었다. 안방 한가운데 퍼지고 앉아 목이 다 쉬도록 꺼억꺼억 울어대고 있다.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뚝 뚝 흘러 누런 장판을 적시고 있었다. 혼자라고, 다 떠나고 이제 아무도 없다고 그렇게 울고 또 울고만 있었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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