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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Sep 02. 2022

큰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One wave at a time

내가 낯설다. 난 분명히 나인데 요 며칠 내 내면은 잔잔한 바다 같다. 내 마음은 항상 code red경보가 냐려진 Nazaree의 거센 파도 같은 게 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비록 혼란스럽지만 그 거대하고 멋진 파도만큼 난 늘 웅장한 꿈을 꾸고 이상적인 사랑을 꿈꿨는데 지금 내 바다는 고요하다.


사천 해변에서 바다 멍을 때리고 있으면서 소원을 적어보려고 하는 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어떤 책에서 소원을 몇 개 적어서 매일매일 하루에 두세 번 적고 소리 내서 읽으면 이뤄진다고 해서 한번 해볼까 싶은데 너무 평안해서 소원이 없다.


이렇게 이대로 행복해하다가 노년에 후회하면 어쩌지 싶어서 무섭긴 한데, 난 지금 내 상태가 꽤나 좋다.


내 앞에는 사천 바다가 있다. 어제오늘 사천 바다에서 서핑을 연속으로 했다. 비록 통합 2초 정도 서있었지만. 서핑 샵 겸 바 겸 카페의 음악이 내 취향이다. 8000원짜리 코로나 맥주를 먹고 끄적끄적 아무렇게나 글을 쓴다.


인스타에 별로 이쁘게 나오지 않은 내 셀카도 올리고. 오랜만에 생긴 좋은 친구에게 카톡도 보낸다. 나는 그동안 왜 슬펐을까.


사랑과 꿈을 좇느라 달리고 또 달리느라 마음에 땀이 바닥날 정도로 울어버려서 슬펐다.


이렇게 또 바다를 보면서 푹 쉬니까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이 또 차오르는 것 같기도.


"그래, 나는 다시 일어나서 더 강해져서 달릴 거야. 꿈도 사랑도 포기한 게 아니야. 그냥 더 현명해지고, 더 강해진 걸 거야."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싶다.


"비운만큼 더 가득히 채워지는 중일 거야"


"잔잔한 만큼 더 크고 위대한 파도를 맞이할 준비 중일 거야. 그리고 그 파도가 오면 Big Wave Surfer처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보드 위에서 파도를 즐기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주지! 만약 처음에 휩쓸리면(wiped out) 다음에 또 일어나서 또 타면 되지!"


마음에 큰 욕망이나 소원이 생기면 큰 바람 또는 태풍이 부는 것과 같이 내 내면의 파도가 크게 일 것이고 그만큼 나는 불안해지고 무서울 거고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Big Wave Surfer들은 그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도를 보란 듯이 타면서 즐긴다. 나는 서핑을 하려다 여러 번 넘어지고 물을 먹어서 지친 상태다.


지쳐서 이제 휴식 중이다. 욕망이 없고 간절한 소원도 없어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 잔잔한 파도만 온다. 아주 평화롭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아야지. 낯설어하지도 말아야겠다.


오늘의 파도는 어제의 파도와 다르고 내일의 파도는 어제오늘의 파도와 다르니까. 하루하루 내 파도의 상태에 맞게 서핑하듯 살면 되지 않을까?


소원 목록이니 뭐니 지금은 다 귀찮다.

그래도 내일 소원들이 잔뜩 생길지도 모르는 거고!

무엇이든 단정하지 말자. 그냥 그 무엇이 오든 살아남고, 살아남는 걸 넘어서 서핑하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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