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경우울증 진단을 받을 때부터 양재의 병원(연세손정신과)을 꾸준히 다녀왔었다. 내가 갑자기 병원을 바꾸게 된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진료방법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광화문의 정신과(광화문숲 정신과)에서 원래 처방받던 약을 받으려다 상담까지 하게 되었다. 옮기게 되면서 시간대에 따라서 뵐 수 있는 선생님이 달랐기 때문에 선생님이 3번 바뀌게 되었다. 이 과정을 거쳐서 나와 잘 맞는 이정석 선생님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매주 뵙고 있는 이정석 선생님은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나의 IT 기획에 대한 힘듦을 말로 몇번 표현 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셨다.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께 신뢰가 갔던 것 같다. 그렇게 올해 1월부터 바뀐 병원을 다니면서 나의 상태가 크게 호전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초의 들어간 프로젝트에서 업무 가스라이팅 및 지나친 업무량으로 인해서 무기력에 계속 빠져 있었다. 이 무기력의 늪은 생각보다 깊어서 일상생활에서 평소 즐거워 하던 것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죽음에 대한 동경으로 빠지곤 했다.(죽음에 대한 동경은 죽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나오고 나서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의 역량껏 잘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상사들이 일을 못한다는 식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며 불합리한 업무량을 줬었다. 나의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었지만,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도 했지만 무기력을 이겨내는데 약을 증량했다면 더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약을 먹지 않고 단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약 증량을 이야기 하셔도 현재 약으로 유지하겠다고 의견을 내서 최소복용량으로 먹었었다.
우울증은 약을 언젠가는 끊을 수도 있는 희망이 있는데, 조울증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조울증 단약은 거의 어렵다고 했다. 약을 꾸준히 먹어야 조증과 우울증이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조울증 진단받은 후 2019년부터 '리튬'을 2년 넘게 복용해왔었다. 광화문 병원으로 바꾸고 이정석 선생님으로 바뀌면서 부작용이 가장 덜한 '아빌리파이'로 약을 바꾸어 먹기 시작했다.
조울증 약을 중단하게 된 사유는 계속 약을 중단하고 싶었던 나의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울증이 오진같다는 선생님의 진단에서 였다. 무기력한 상태에만 진료를 받으러 갔고 경조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울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셨고 단약해보자고 하셨다. 단약을 시도해보고 나면 조울증이 오진일 수 있으니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그러셨다. 병원을 다니는 일도 돈과 시간이 들었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온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조울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과 4년간 복용하던 약을 단약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6월초부터 9월초까지 약을 중단했다. 그결과 여름 내내 무기력했으며 9월초부터 경조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조증 증상이 심해 다시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나는 조울증 재진단을 받았다.
"앞으로 약은 꾸준히 먹어야 관리가 될 거에요."라고 이정석 선생님이 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