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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담 Apr 05. 2024

네잎클로버는 어디에든 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클로버,
초등학생에게 있어 꽤나 매력적인 식물이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찌 됐든 행운을 가져다준다니,
길을 걷다가 클로버 비슷한 잎이 보이면
얼마든지 쪼그려 앉을 준비가 돼있었다.


전설로 내려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 번쯤은 나올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조금은 비관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건 기본이고
나와는 다르게 운이 따라 주는,
마치 네잎클로버를 100개가량
가지고 있는듯한 친구들을
멀찍이서 부러워하는 게 일상이었다.


'내가 저 아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순수한 몽상은 곧장 질투의 응어리로,
그다음에는 자기혐오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곤 했다.  
네잎클로버를 얻지 못한 자의

삐뚤어진 마음이려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졸업 후에는, 취업 후에는...
당장은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시기와 상황에 제약을 걸어둔
조건부 행운을 기약하곤 했지만,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다 한들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껏 그래왔듯 비관적이고,
한참이나 남은 미래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에 바빴으니까.


하루하루가 재미없었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나날과
건너건너 들려오는
별로 궁금하지 않던 근황들.
중학생 때 걔는 어디에서 일하고,
또 누구는 결혼을 했다는 소식에
잠잠한 하루는 더 재미없게 느껴진다.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만으로는
지루함을 상쇄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견디지 못할 만큼 따분했던 2년 전 늦여름,
조금은 다른 방식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다지 하고 싶은 말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무작정 자리에 앉아 끄적였다.
넓적한 종이에 한 자라도 더 뱉기 위해서라면
출퇴근길에는 어땠고,
자기 전에는 뭘 했는지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곱씹어야 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인생을
드라마틱 하게 바꿔주진 않았지만,
무료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확실한 거 같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행운을 붙잡아주는 게
더도 덜도 말고 딱 네잎클로버와 닮았다.
 

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출근길 고양이,
퇴근길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시원한 바람,
자존감을 채워주는 주변의 다정한 목소리들.
여우비가 아스팔트에 조용히 스며들듯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한 소소한 행복을
글을 쓰면서 거머쥐게 된다.


네잎클로버는 어디에든 피어 있었다.
단지 발견을 하지 못했을 뿐.


그동안 누리지 못한 만큼
더없이 행복해지고 싶기에,
그날그날의 네잎클로버를 찾아
앞으로도 쭉 글을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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