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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비스 박혜형 Mar 31. 2021

벚꽃은 엄마를 닮아 예뻐요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어~~~ 왜~~~?”     

저의 아들 쭈니는 남자아이의 특성도 있지만 저를 닮아 그런지 눈물도 많고 남자아이 치고 꽃이나 식물을 좋아하며 저에게 엄마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데.. 정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덜컥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바로 학교에서 배운 노래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학부모 참관수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참관수업을 Zoom으로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담임선생님의 인내심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이 음소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수업인데 음식을 먹는 아이, 화장실 가도 되냐고 묻는 아이, 물 마셔도 돼요 묻는 아이 등등

선생님은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 일일이 다 반응해 주시며 응대해 주시는 모습에 저는 선생님이 참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참관수업의 주제는 ‘괜찮아’라는 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 자신이 다 가지고 있는 자신의 잘하는 점을 그림 그리고 글로 쓰고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수업 참여하는 동안에 학교에 있는 것과 같이 행동하고, 저에게 도움을 받지 않도록 저는 정말 말 그대로 참관만 했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잘하는 것에 무엇을 그리고 발표할지 궁금했습니다. 

뒤에서 보니 아주 뭔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는데, 쭈니는 자동차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분명히 자동차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뭘 잘한다고 말할지는 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은 다들 천진난만하게 “저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저는 비비탄 총소기를 잘합니다.”, “저는 놀기를 잘합니다.” 등등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쭈니는 뭐라고 발표할지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쭈니 차례....

“저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오잉? 가장 잘하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라는데 쭈니의 답변이 조금 황당했습니다. 

일단 수업 중이라 궁금중을 참고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면서 수업이 끝날 때를 기다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에 모두 다 칭찬해 주셨고 마지막에 학교에서 참관수업 때 아이들이 연습한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쭈니가 요즘 부쩍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4YE9DG5og

      

1절은 엄마들이 부르고 2절은 아이들이 불러주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저는 정말 울컥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어느새 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이제까지 자기를 보살펴 주고 해서 너무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마지막에 저를 꼭 안아 주는데.... 정말 감동이 넘쳐흘렀습니다.      

이 감동을 추스르고 수업이 다 끝난 후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쭈니에게 물었습니다. 


참관수업 활동지


“쭈니야~~ 쭈니는 잘하는 게 자신감이야? 자신감은 있다, 높다 이럴 때 쓰는 말인 거 같은데 자신감을 잘한다고 하지는 않잖아. 쭈니는 무슨 자신감을 잘한다는 말이었던 거야? 그림은 자동차 같던데...”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음... 그림은 레고를 잘하는 자신감이 있다는 거고요. 저는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요.” 아이아 답변에 아이가 자신감이 있다는 그 말에 마음 한편으로 아이가 자존감이 낮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에 대해 좀 더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쭈니는 뭐든지 다 잘하는 자신감이 있어? 그럼 그건 자신감이 높다 라고 표현하면 되겠네. 그럼 엄마는 자신감이 있는 거 같아?”

“음... 엄마는 조금... 나는 자신감이 이~만큼 높이 있는데 엄마는 조금 있는 거 같아요.”     

아... 아이의 눈에 제가 자신감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사실 작년 한 해 자존감이 너무 바닥을 치고 있었기도 했는데 아이도 정확하게 그걸 볼 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쭈니가 볼 때 엄마는 뭘 잘하는 거 같은데?”

“엄마는 요리를 잘해요. 설거지도 잘하고, 미팅도 잘해요.”

zoom으로 수업, 미팅 모든 걸 다 하다 보니.. 아이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할 때는 엄마가 미팅이 있어서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댁에 맞기고 했었기에 아이는 엄마가 미팅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아이의 얘기를 들으며 저의 자신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신감 Self-confidence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느낌     


자신감은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바탕이 되었을 때 흔히 더 가질 수 있죠. 

물론 자존감이 없어도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 있을 때는 자신감을 가지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을 때 자신감은 잘 발휘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요리를 잘하고 설거지를 잘하고 미팅을 잘한다고 해서 그게 저의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할 때 내가 그걸 할 수 있다는 느낌은 나 자신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만이 가지는 이 느낌이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자기 존중을 잘하고 있는 흔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서는 흘러넘치지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저절로 그걸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올해 저는 ‘자기 신뢰’, ‘자기 존중’을 키워드로 제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 가장 밑바탕에는 ‘자기 축복’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 

내가 아이를 좀 더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려면 나 자신을 좀 더 돌보고 사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저는 벚꽃이 좋아요. 벚꽃은 엄마를 닮아 예뻐요.”

“엄마, 사랑해요.”     

원래 엄마 껌딱지이기도 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부쩍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엄마는 세상에 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오늘은 학교 하굣길에 엄마에게 봄을 선물한다며 벚꽃이 핀 길을 걸어오며 여기를 봄동산이라고 이름 짓자고 하였습니다. 

"엄마, 기분이 우울할 때는 여기 봄동산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부모는 아이에게 내리사랑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쭈니를 통해 저를 이렇게 무한정으로 사랑해 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나 싶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 하나로 아이가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의 이 마음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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