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투명인간을 구하는 한마디 _Allyship

Allyship으로 시작하는 변화

by 밸류비스 박혜형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이 부분은 이렇게 개선하면 어떨까요?"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제안을 했다. 며칠 밤을 새워 준비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마치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회의실 공기 속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평소 나를 지지해주던 동료들조차 테이블 위 서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5분 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 부분을 이렇게 개선하면 어떨까요?"


남성 동료가 거의 똑같은 내용을 말했다. 그러자 마법처럼 회의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가 들리고, "역시 좋은 의견이네요"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 순간 나는 의자에 앉아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 이상한 경험.


그날 이후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왜 같은 의견인데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일까?


Allyship_-_Main.jpg 출처 : Stock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누군가의 목소리는 묻히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고, 조직 내 파워가 약한 구성원들이 겪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당시는 크게 생각지 않았던 것이 지금 리더십 강사를 하면서 많은 DEI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Allyship 이라는 개념을 만났다.


Allyship 이란 자신의 특권을 활용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옹호하고 증폭함으로써 소외된 집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시스템적 장벽을 해체하고 표용성을 촉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포함된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실천적 행동을 Allyship이라고 한다. 처음 Allyship을 알게 된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llyship에 대해 제대로 개념을 알고 나서는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Allyship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놀라웠다. 그리고 동시에 가슴 한켠이 아팠다. 우리는 왜 이제야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


지난 10년간 나는 수많은 기업을 다니며 여성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최근에는 Allyship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했다.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GEN-Mehnert-Allyship-Gap-1290x860-1.jpg 출처: MIT 슬론


얼마 전, 한 참가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팀 회의 중이었어요. 신입 여직원이 좋은 의견을 냈는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죠. 그때 저는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아까 김 사원이 말한 것처럼...' 그 순간 모두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 팀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죠."


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의 작은 용기로부터.


지금도 세계 곳곳의 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다. 익명 제안 제도를 도입하고, 'No Interruption' 규칙을 만들고, 포용적 언어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제도가 아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저기, 아까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아이디어, 처음에 △△△님이 제안하신 거였죠?"

"□□□님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일년을,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딘가의 회의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그 순간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작은 용기, 우리의 한마디라는 것을.


당신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바꾼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어떠신가요? 오늘, 당신도 그 변화의 시작이 되어보시겠어요?


#Allyship #여성리더십 #포용적리더십 #조직문화변화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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