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크리스토발 데라스카사스, 기분 좋은 쓸쌀함
산 크리스토발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닥이었다. 사실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바닥에 걸려서 여러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남미 여행을 하고 난 후, 유독 많이 생각이 났던 곳이 바로 멕시코의 산 크리스토발과 페루의 쿠스코였다. 두 지역 다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칸쿤의 뚤룸이나 치첸이차 혹은 페루의 마추픽추에 비하면 명성이 낮은 곳이나 두 지역에서 받은 기분 좋은 쓸쌀함이 좋았다. 쓸쌀함이란 쓸쓸하고도 쌀쌀한 그 느낌. 쿨하다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나는 남미 여행 도중에 아무한테나 쉽게 말을 잘 걸었는데(물론, 인상이 우락부락한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걸었고 왠지 인상이 좋고 착할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다 진짜 천사같이 부랑자인 나와 같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줬다. 몬테레이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등산하다가 아이폰이 물먹어 죽어버리는 바람에 나는 교환학생 도중 넷북 하나로 연명해야 했다.(아이폰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성질이 급한 나는 자꾸만 물먹은 아이폰을 껐다 켰다 하다 결국 아이폰이 돌아가셨는데 그걸 다시 주변 조언에 따라 쌀통에 넣었다고 한다. 정말 나는 왜 이렇게 바보인 것인가.) 그리고 그 기나긴 여행도 역시 넷북 하나로 연명했다. 전체적인 스케줄은 짜 놓고 그때 그때 닥치면 이 곳에선 뭘 보아야 할까? 하며 서치를 했다.
나는 인터넷 피시방에 들어가서 돈을 얼마 주고 서치를 시작했다. 일단 내가 하루 묵을 곳을 찾아야 했고 나는 평이 좋은 POSADA를 하나 찾았으나 폰이 없었던 내게 위치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미덕인 길과 방향 찾는 것에 능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물어봐야만 했다. 내 옆자리에 바비인형같이 이쁜 친구가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인상이 너무 좋아 보여서 말을 걸었다. 현지인이라길래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하던 일을 끝내지 않고 나를 도와주려고 나섰다. 감동.
산크리스토발에는 성당이 있었는데 멕시코의 가톨릭을 생각할 때는 과달루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스페인에서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성모 피부색을 검게 해서 전파해서 과달루페의 피부는 검다. 유럽이든 남미든 곳곳의 성당을 다녀봤지만 멕시코의 성당은 독특하다. 그렇게 웅장한 느낌이 들진 않는, 그러면서도 소박한 느낌이 나는 성당이 많다.
만약 내 아이폰이 물먹지 않고 내가 들고 다닐 수 있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그렇게 사람들을 붙잡고 많은 질문을 해대진 않았을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친구도 이 POSADA를 못 찾아서 걸어가다가 예뻐 보이는 곳에 그냥 들어갔다.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주인아저씨가 착했고 아침도 정말 맛있었다. 짐을 풀고 나서 이 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포졸 레, 칼도를 먹었다. 내가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났더라도 이렇게 시간을 내서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외국인에게 무조건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선의 선순환이었고 사람이 지닌 온기란 것 아니겠나 싶다.
la nuevas bombom cappucino volver sandwich clelicot
desayunos!!
산 크리스토발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고 클레리 컷에 꽂혔던 나는 클레리 컷을 마시며 행복해했다. 나는 그때 조월의 '정말로 행복하다'를 들으며 행복하다를 연발했다. 만약 내게 정말로 좋은 기회가 생겨 다시 멕시코로 가게 된다 하면, 나는 치아파스 주의 주도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 다시 가고 싶다.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때 느꼈던 정취를 다시금 느끼고 싶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해발고도도 높아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을 때 전경이 볼만 했지만 개인적으로 산 크리스토발의 언덕에서 바라본 고요한 마을의 풍경이 너무 좋았다. 아기자기하며 별 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