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남미씨.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 코르도바

우연히 만난 도시에서 압도되다.

by 아보카도


살타에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고민을 해야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라는 나라의 스케일은 어마 무시해서 대중교통수단을 잘 택해야 했다. 나처럼 출국 비행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장기 여행자라면 2-3일 걸리는 버스를 타도 된다. 그러나 나는 준비성이 철저한 여행자가 아니었고 유럽 여행할 때처럼 남미도 유레일패스 같은 게 있겠거니 하고 대중교통수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살타에서 엘 칼라파테까지 만약 버스를 타고 간다고 가정하면 2-3일이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버스 값이 쌀까? 그렇지 않았다. 나는 과감하게 비행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고 코르도바를 경유해서 엘 칼라파테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끊었다.


살타-부에노스아이레스

부에노스아이레스-우수아이아


이렇게 표를 끊었다. 익스피디아 사이트에서 대략 654달러에 비행기를 끊고 살타라는 도시를 구경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유럽이었다. 실제로 이탈리아인들이 이민을 많이 간 곳이 아르헨티나고 아르헨티나인들의 생김새는 볼리비아, 페루인들과 완전히 달랐다. 키도 길쭉길쭉했고 훤칠한 잘생긴 남자, 예쁘고 마른 여자들이 많았다. 마치, 이것은 파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 같았다. 비행기 티켓팅은 카페의 종업원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코르도바 어떤 곳이에요?"


라는 나의 물음에 아저씨는 코르도바가 교회들로 유명하고 제2의 도시라며 추천한다고 했기에 나는 과감히 코르도바 경유를 택했다. 카페 이름이 반 고흐였다. 취향저격. 나는 미술가 중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를 정말 사랑하는데 반 고흐를 사랑하는 이유는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봤던 반 고흐에 대한 구절 때문이었다.




"언젠가 한 고객은 고흐를 좋아한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흐의 풍경화와 자화상 중에서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고객은 머뭇거리더니 자화상이 더 좋다고 말했다. 고흐의 자화상에 탐닉하는 자들을 나는 유심히 바라본다. 그는 고독한 사람이다. 자신의 내면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내밀한 쾌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진다면, 그 역시 고독한 인간이다."


나는 자화상을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고독한 사람인 건가. 사실상 모든 인간은 고독한 것 아닌가. 그렇게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또 다른 인간을 그리워하고, 그 인간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쑨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를 상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자아의 중요성까지 설파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자아는 정말로 중요하고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 그다음이 자기 자신을 둘러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다. 어쨌든 나는 반 고흐를 정말 좋아하고 반 고흐의 그림을 다 좋아라 하는데 그 카페에서 반 고흐 유화의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종업원 아저씨 추천을 받아서 버스를 타고 근처 수공예 마켓으로 갔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스카프가 있어서 내 것도 사고, 사람들 선물도 사면서 룰루랄라 행복해했다. 비가 왔지만 다행히 비행기는 떴고 나는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 우리나라로 따지면 부산인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코르도바에 도착했던 나는 아르헨티나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무신론자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독실한 크리스천도 많이 만나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누구도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우주로 나갔다 온 우주비행사들은 결국 신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던데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신은 없다. 신이 모든 것을 다 예정대로 만들어 놓았다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교회들이 정갈하다 못해 깔끔한데 웅장해서 좋았다. 코르도바의 교회들은 무신론자인 나를 압도해서 정말 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압도되는 웅장함에 설레기까지 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유럽이자 세련된 남미라 거리도 정말 깨끗했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를 연상케 하는 박물관, 미술관도 있어서 힙한 기분마저 들었다.



맥도널드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맥도널드를 애용하는 여행자가 아니었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맥도널드를 이용했는데 치즈 베이컨 버거가 너무 맛있어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서 또 먹었다고 한다. 매르그도나르도 만세!


야무지게 기록해 둔 내 메모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7페소짜리 치즈 베이컨 버거와 9페소짜리 밀크셰이크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keyword
이전 09화친절한 남미씨. 산크리스토발에서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