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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라디오 Oct 13. 2021

말 2

 “참고인의 가능성과 사건 이후 행동, 취할 수 있는 이득 등으로 나눠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시어머니 가능성입니다. 이 사건 피해자와 시어머니는 어떤 관계인 것일까요? 일기와 주변인들은 공통적으로 표독스러운 인물이라고 묘사합니다. 결혼 초부터 껄끄러운 사이였고 최근 그 정도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니 본인은 다른 말을 합니다. 딸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고, 감시 역시 피해자를 지키고자 하는 행동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어머니 진술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피해자 남편, 즉 시어머니 아들 역시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눈엣가시였습니다. 결혼 전부터 못마땅한 존재였고 결혼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일어납니다. 일기가 시어머니 귀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상황은 악화일로에 접어듭니다. 갈등이 커지고 불신이 폭발합니다. 피해자의 동선이 시어머니 감시 하에 들어갑니다. 아지트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되풀이하자면, 시어머니에게 피해자는 방해꾼입니다. 자신을 여태 괴롭혔으며 아들의 앞길을 막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아들을 지키고자 했던 어머니였습니다. 어느 날 피해자가 아지트에 홀로 남게 됩니다. 지켜보던 시어머니가 접근합니다. 말다툼이 일어납니다. 주변에 있던 돌을 집어 가격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합니다. 자리를 뜹니다. 이로써 가정불화의 원인, 아들을 뺏어간 장본인, 피해자가 사라집니다. 살인 동기가 충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어머니의 살인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지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먼저 아들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아들, 남편은 시어머니의 소유물이었습니다. 결혼 이십 년 흐른 지금도 손 안의 자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내내 못마땅했던 겁니다. 그랬던 피해자가 외도했다, 시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방해꾼에서 적으로 바뀌고 말죠. 피해자는 없어져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일기 이후 전화를 무수히 했다고 니다. 그리고 공공연히 감시했습니다. 일상을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피해자 사생활을 빼앗았던 것입니다. 아들이 삶의 전부였던 시어머니는 어떻게든 피해자를 흔들려고 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고, 아들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감시는 노골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사건 당일 시어머니는 피해자 주변에 있었습니다. 아들을 지키는 정당방위였을 수 있습니다. 사건 이후 시어머니 마음은 시원섭섭했을 겁니다. 방해물이 사라진 것이니까요. 몇십 년 원흉이 눈에서 사라진 겁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어머니가 왜 거짓말을 일관되게 하는 가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인데, 사실인 양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행위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시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진실이 아닐 겁니다. 혼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어머니가 의도한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광기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표독이라는 표현도 나왔죠. 분란을 일으켰던 사람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사건 이후 시어머니 태도는 완전히 바뀝니다. 공격성이 사라지고 적처럼 미워하던 피해자마저 호의적으로 언급합니다. 시어머니 말에 따르면 피해자와 그렇게 잘 지내던 고부 관계였던 겁니다. 아들을 방어하기 위한 어머니의 대응, 그리고 본인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점을 유의했으면 합니다. 이 점에서 시어머니가 이 사건 진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안위도 보장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어가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가능성을 따져보겠습니다. 남편과 피해자 관계가 나빠진 계기는 일기였다고 합니다. 이전 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등 돌린 정도는 아니었다고 파악했습니다. 일기가 문제 되면서 상황이 나빠진 것입니다. 남편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게 답을 요구했고, 하지만 명확한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고 했습니다. 피해자와 남편 관계가 비뚤어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여 피해자 입장에서 보자면, 시어머니에게 고자질해 일을 키웠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상호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 본인은 자신을 가정적인 가장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이 우선이었다는 말을 했지요. 일기 보는 순간 배신감에 쌓아놓은 모든 게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피해자인 아내에게 어떤 일이냐 묻지만, 답을 듣지 못합니다. 여기서 남편이 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본인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상정했습니다. 남편은 일기 이전 피해자의 부정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은 다른 마음을 품었을 수 있습니다. 가족을 지키겠다, 이 말을 자존심이 무너졌다 또는 내 가족을 망가뜨렸다로 바꿔 생각해보겠습니다. 피해자는 아내에서 가족 관계를 무너뜨린 사람으로 전락합니다. 남편인 본인 자존심을 깔아뭉갠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어머니 반대에도 꿋꿋이 피해자를 대변하며 지켰던 본인을, 평생 마마보이였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큼은 자신했던 자신을, 딸의 자랑스러운 엄마이기를 바랐던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편을,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을 그리고 가족을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였을 수 있습니다. 평생 의존했던 남편에게 가족은 유일한 보류였을 겁니다. 안식처였던 거죠. 아내와 딸이 있는. 하지만 일순간 평온이 사라지게 됩니다. 행복하기를 바랐던 가족 관계가 외부 힘으로 왜곡되고 만 것입니다. 남편의 평정심이 깨진 겁니다. 안식처가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남편이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아내인 피해자는 이단자, 배반자가 되는 겁니다. 가족 구성인에서 가족 파탄자로 전락하죠.

 이에 대해 이혼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할 수 있습니다. 이혼은 남편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성장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평생 누군가에게 의존했던 사람입니다. 결혼은 숨통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쉼터였고 본인 의지로 무언가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가족이었던 거죠. 어머니만큼 소중한 존재였을 것으로 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신만의 세계, 본인 말이 통하는 세계였을 겁니다. 진술 과정에서 남편이 유독 가족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이를 정면에서 흔들었던 겁니다. 남편이 낌새를 채고, 증거를 확보합니다. 이는 일기 이후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상황 파악 후 남편은 방향을 정합니다. 남편 태도 변화는 관계 재설정으로 이어집니다. 가족 일원이었던 피해자는 파탄자로 신분이 바뀝니다. 이혼, 남편은 이혼을 굴복이라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쌓아 올린 세계에서 쫓겨나는 자신을 본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남편에게 가족은 남다른 의미였습니다. 거기서 탈퇴를 당한다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집착했다던 남편, 실은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굴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여기만은 내가 절대자다. 이단자, 배반자는 가족 구성의 방해물에 불과했던 겁니다. 피해자는 버릴 수 있는, 좀 더 직접적으로 버리는 카드였던 겁니다. 시어머니는 피해자를 그냥 그렇게 싫어했던 것입니다. 남편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끝까지 유지되었으면 했겠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어 했으니까요. 그래서 남편은 피해자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를 가족의 일원으로 보았던 겁니다. 남편 눈에 최상위는 가족이었고, 그 밑으로 일원이 존재했던 겁니다. 본인이 굳건한 이상 가족 재건은 가능하다고 생각했겠죠. 사건 당일 피해자 주변을 서성입니다. 기회를 엿보고 감행합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라집니다. 피해자가 버리는 카드로 생을 마감합니다. 지키고 싶다던 가족은 자기 가족이었지 우리 가족이 아니었던 겁니다. 쓸모없으면 버려도 되는 카드가 있었던 거죠.

 피해자에게 시어머니, 남편에게 어머니. 절대 버릴 수 없는 카드입니다. 남편을 지배하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딸 또한 혈육, 손녀이기에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는 분란의 원인, 문제의 시작, 갈등의 인물이었던 겁니다. 곧 사라져도 되는 대상, 없어도 되는 대상, 대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실행했던 것입니다. 비인간적, 비이성적으로 비칠 수 있는데, 실제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는 가족 내 갈등 구조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친구의 가능성입니다. 조사한 바에 따랐을 때 친구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상황으로 피해자와 마지막까지 자리를 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사건 당일 동선을 정리하겠습니다. 피해자와 친구가 운동을 시작합니다. 아지트로 들어갔다가 친구가 먼저 나옵니다. 이후 피해자가 발견됩니다. 이에 대해 그날 얼굴이 좋지 않았다며, 혼자 있기를 원했다고 했습니다. 그게 오후 세 시였습니다. 하교하던 학생이 피해자를 발견한 건 오후 세 시 사십 분이었습니다. 위 증언을 근거로 사건 발생 시점을 당일 오후 세 시에서 오후 세 시 사십 분으로 좁힐 수 있었습니다. 흉기는 주위에 있던 돌멩이였습니다. 조사 초기 친구에 의심을 두는 건 당연했습니다.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주요 참고인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사건 주요 증거물인 일기 역시 친구는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내용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와 시어머니 관계도 뚜렷이 알고 있는 것으로 진술했습니다. 피해자 남편과 만났던 도 있습니다. 피해자 가족 이외 피해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친구는 가능성이 높은 인물입니다. 가정해보겠습니다. 친구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해친 사람이 친구입니다. 돌멩이로 내려치고 둔덕을 넘어 빠져나갔던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전 진술 역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기 내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친구와 친했다 등 진술 신빙성이 무너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가정은 피해자 일기로 부정됩니다. 피해자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비밀을 털어놓는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자녀 문제 또한 잘 통해 든든하다고 적었죠. 시어머니 관계도 친구에게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일기와 친구 진술은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고,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건 당일 있었던 만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친한 사이이고 서로 비밀도 나눕니다. 하지만 친구는 흑심을 품습니다.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자기들만의 장소에 뚜렷한 증거를 남겨둔 채, 동선을 모두 노출하고서 말입니다. 가능성은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증거를 대입하면, 명확하다 했던 것이 연관성을 잃고 맙니다. 실제 그래서 그런 건지, 그렇게 보이도록 해서 빠져나갔던 건지 지금 시점에서 알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람보다 사건에 더 깊이 연루된 인물이라는 생각이지만, 지금은 여기까지입니다.”


 “편의점 사장 사건 당일 동선입니다.

 사건 발생: 오후 세 시- 오후 세 시 사십 분

 증거자료: 편의점 내 CCTV

 내용: 당일 오후 한 시부터 오후 일곱 시까지 계산대를 지킨 것으로 확인됨

 같은 날 오후 여섯 시 삼십 분 누군가 편의점 사장에게 말을 걸었고, 놀라는 모습이 찍혀있었습니다. 사건에 대해 듣고 반응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편의점 사장은 사건 현장에 없었습니다.

 사건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무턱대고 면죄부 줄 수는 없을 겁니다. 편의점 사장은 자녀 학생회 일로 피해자와 친분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피해자 일기에 편의점 사장이 했다는 말이 실려있지만, 내용이 불명확한 게 사실입니다.

 물리적인 가능성은 영에 가깝습니다. 영상 조작을 했다면 몰라도, 아직 거기까지 의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편의점 사장을 제외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피해자와 편의점 사장 둘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감추고 싶었던 겁니다. 뒤를 밟든지, 었든지 동선을 알아냅니다. 계획을 짜고 실행에 들어갑니다. 청부살인이었던 겁니다. 본인의 알리바이는 완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다른 이가 실행을 했던 겁니다.

 가능성을 놓고 보았을 때, 편의점 사장 또한 놓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동기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편의점 사장에 대한 감시를 늦춰서는 안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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