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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라디오 Oct 13. 2021

말 2

 “행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나왔던 대로 이 사건 참고인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행동이 있었습니다.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또한 조사 초기 일반적인 표면적인 내용에서 주관적인 일방적인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남편은 피해자 직계 관계이면서도 제삼자 같이 행동했습니다. 침착하고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상대적으로 불명확하게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어머니 행동입니다. 시어머니는 편의점 사장을 지목했습니다. 조사 목록에서 비중이 작았던 편의점 사장을 주요 인물이 되게끔 했죠. 눈길이 그쪽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얼마 뒤 시어머니 관심은 피해자를 향합니다. 피해자와 얼마나 가깝게 지냈는지, 그것에 관해 여러 번 털어놓았습니다. 왜 시어머니가 이 시점에서 피해자와 관계를 강조하는 것일까?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까? 필요 이상 되풀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시어머니는 피해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편의점 사장 주목도 시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앞서 가능성을 논하며 나왔던 내용이라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시어머니 변화는 누군가를 옹호하는,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진술은 참고인 모두와 대치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쪽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며, 그쪽을 시어머니로 봤습니다.

 시어머니 거짓말은 어떤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시어머니와 피해자 가족 관계로 시선을 옮기겠습니다. 결혼 초부터 냉랭했던 고부 관계, 이후 개선되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사건 발생, 어느 순간 시어머니는 며느리 편이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등장해야 했던, 아들 언급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림이 뒤틀려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관계, 시어머니와 피해자 관계, 시어머니와 딸 관계, 시어머니와 가족 관계, 그림을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원론으로 돌아가, 시어머니가 참이었던 건 아닐까? 시어머니의 진술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참고인 모두, 주변인 모두 작정하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다시 거짓말은 시어머니가 했던 것이 됩니다. 또다시 왜로 돌아옵니다. 본인을 위해, 타인을 위해? 이미 한 차례 편의점 사장을 주목하게 했던 당사자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합니다. 본인의 의심을 본인이 키운 겁니다. 내가 범인이요, 떠드는 것과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그렇게 보일 행동이었습니다. 특정인을 지목하며 조사의 흐름을 바꿨던 사람이, 침착하게 상황 대처하던 사람이, 엉성한 행동을 했다는 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거기에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어머니는 평생 아들, 즉 남편만을 보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남편은 시어머니의 전부인 셈입니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말로 희생이라고 치환 가능할 겁니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기에게 혐의가 오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죠. 그건 맹목적일 경우 꼭 이성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진술을 사랑과 희생으로 둔갑한 거짓과 옹호로 의심했습니다. 그게 상반된 진술로 나타났던 것이고 본인에게 스스로 혐의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결론으로 사건 이후 시어머니 진술은 목적성이 있었으며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겁니다. 일부러 했던 행동은 누군가를 지키고자 했던 발로였고요. 이 누군가가 주목해야 할 인물인 겁니다.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친구로 가보겠습니다. 친구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했습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 일기를 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우연한 일이었고 이후 피해자와 엮인 일이 없었다는 투였습니다. 친구 대 친구였던 겁니다. 하지만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남편은 친구가 집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고 했고, 마지못해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우연이 겹치면 목적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 있습니다. 우연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참고인 진술이 번복되는 가운데 친구도 거기에 동참하게 됩니다. 피해자 행동으로 일기 내용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제삼자에서 간접적인 연관자로, 간접적인 연관자에서 구체적인 연관자로 바뀌었던 겁니다.

 친구 진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용이 바뀐 것도 그렇지만, 스스로 사건 중심으로 들어오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밝힌 바와 같이 잊었던 것일까요? 진짜 경황이 없었던 탓일까요? 서서히 기억이 되살아난 것일까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혼란을 일으키려 했던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누군가를 감싸기 위해서? 친구의 사건 이후 행동은 충분히 의심스러웠습니다. 우연이 연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가까운 친구가 죽었습니다, 동요가 일어납니다, 불안했을 겁니다, 경찰이 찾아옵니다, 물음에 답을 합니다, 이럴 경우 사전에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이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런데 특별한 기억과 상황을 얘기 않았습니다. 방어 도구로 쓰려고 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심적 변화가 있었다고 습니다. 친구 마음이 바뀌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다시 친구가 되어, 협박받고 있었던 것일까요? 약점 같은 걸 말이죠. 숨겨야 하는, 사람일 수 있고 관계일 수 있겠죠. 혼선을 일으키기 위한 작전은 아니었을까요? 사건 이후 알게 된 불편한 내용을 본인 선에서 덮으려 했던 건 아닐까요?

 사건과 깊은 연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요? 일련의 행동은 의심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남편의 행동입니다. 최근 진술에서 어머니가 화를 많이 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둘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의외입니다. 일기 때문에 싸워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시인하고 있습니다. 심하게 싸웠던 일이 있다, 시인합니다. 뒤를 밟은 적이 있다, 시인합니다. 시어머니 행동이 격해졌다, 시인합니다. 중재하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시인합니다. 결론적으로 남편은 시어머니와 거리를 두려 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둘의 관계로 보았을 때, 어색합니다. 관계가 깨진 것으로 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끈끈했던 관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느슨해진 게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보았거나, 무언가를 알아내면서 재설정이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사건에 대입하면, 남편은 시어머니가 사건 중심에 있다고 의심하는 거로 보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시어머니가 피해자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증거나 그에 필적하는 무언가가 있었을 겁니다. 모자 관계, 특별했다고 하는 모자 관계가 사건을 계기로 흔들린 거지요.

 남편의 진술 번복 대상은 시어머니입니다. 이것은 본인의 결백을 대변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눈길이 쏠리면서, 자신은 무대에서 사라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상황이 명확해집니다. 남편은 사건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이는 남편 진술이 바뀌면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입니다. 다른 면에서 남편의 일방적인 주장인 것입니다. 역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남편은 현재 불안합니다.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해자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의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을 겁니다. 상대를 고릅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기에 그것을 핑계로 혐의를 씌우려 합니다. 진술을 바꿉니다.

 둘의 관계를 놓고 보았을 때, 남편 진술 번복은 선뜻 이해 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본인의 안위? 평생 얽힌 관계라는 걸 생각해보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왜 번복했는지 아직 지 못했습니다.”


 “편의점 사장 역시 진술을 번복합니다. 집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진술 내용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기에 부합하며, 남편 역시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사장이 뒤늦게 말을 꺼낸 이유가 무엇인가, 되풀이하는 질문입니다. 이 사건 참고인들은 왜 하나 같이 진술을 번복하는 것인가? 저의가 무엇인가? 심경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건 초기, 이들은 마음속에 비밀 하나씩 숨겨둡니다. 조사 과정을 보면서 그 카드를 꺼냅니다. 본인을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숨겨둔 카드를 냈던 겁니다. 회심의 일격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이것으로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몰리며 빛을 잃게 된 거죠. 흐름 전환을 노렸지만 되레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맙니다. 신빙성을 의심받게 되고 저의가 퇴색합니다.

 여전히 왜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왜,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본인을 지키고자 했던 것, 아니면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편의점 사장 심정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거꾸로 진술 번복, 이것을 숨겼던 것이 아니라 잊고자 했던 것을 떠올린 행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참고인 모두 이번 사건에서 방관자가 되길 원했습니다. 남의 일이기를 바랐던 겁니다. 시어머니, 남편, 친구, 편의점 사장, 동정은 하지만 본인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정이 있었겠죠. 물러나 있으려 했던 겁니다. 굳이 털어놓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니 누구라도 상관없었던 겁니다. 조사가 진행되고 본인에게 화살이 겨눠지는 걸 느낍니다.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숨겨왔던 어떤 사실을 털어놓았던 겁니다.

 우연히 동시다발이었고, 전환보다 혼란으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편의점 사장이 진술 번복한 시점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시어머니 진술로 부각되었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만남이 여러 번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CCTV 제공 요청도 심정 변화에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방관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덧 용의자 비슷한 신분이 되었던 거죠. 숨겨놓은 사실을 꺼낼 때가 도달했던 것입니다. 이것으로 혐의를 벗을 수 있다, 다시 방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혐의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봐야 어느 정도 우연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참고인 모두 범인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번복은 자구책이었겠지만,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악수와 다름없었습니다. 참고인 진술 번복은 지금껏 조사에서 가장 명확한 사항을 던지고 있습니다. 참고인 네 명 중 하나 이상 범인이 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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