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화가는 유난히도 소리에 대해 민감했다.
이를테면 단순하게 문이 여닫히는 소리에도 입이 바싹 마른다고 했고,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댄다고 했다.
여름철 매미의 소리에 귀를 잘라내고 싶다고까지 했다.
나는 그 민감함이 당신의 그림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그녀는 그 특별한 민감함으로 하루하루 죽을 것 같아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다고 답했다.
나에게는 단순한 소리가
그녀에게 어떤 과거의 함의가 있을까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묻게 된다면 긴 밤을 지새울 것 같았고,
묻게 된다면 서로 서럽게 울 것 같았는데,
난 그걸 감당하기 번거로웠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