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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y 24. 2019

그 여름의 화가


그 여름의 화가는 유난히도 소리에 대해 민감했다.

이를테면 단순하게 문이 여닫히는 소리에도 입이 바싹 마른다고 했고,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댄다고 했다.

여름철 매미의 소리에 귀를 잘라내고 싶다고까지 했다. 

나는 그 민감함이 당신의 그림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그녀는 그 특별한 민감함으로 하루하루 죽을 것 같아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다고 답했다. 

나에게는 단순한 소리가

그녀에게 어떤 과거의 함의가 있을까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묻게 된다면 긴 밤을 지새울 것 같았고,

묻게 된다면 서로 서럽게 울 것 같았는데,

난 그걸 감당하기 번거로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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