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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y 30. 2019

물건너 가는 산책자


물건너 가는 산책자를 바라본다

맨 몸으로

배 한척 없이

구명조끼 없이

물 속에 몸을 담근채 걸어나간다

그 이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그에게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또 어쩌면 그에게 있었던 '아무것'마저 누가 훔쳐 달아났을지 모를 일이다


그가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그의 두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가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그의 두 눈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두 눈에는 아무 감정이 없어 보인다

그의 두 눈에는 희망도, 절망도, 기대도 없다


그는 물건너, 어디에 당도할까

그는 과연 물을 건너기 위해 물에 빠져드는것일까

물과 함게 자신의 텅 빈 마음을 잠식하기 위해 빠져드는 것일까

그는 왜 하필이면 물을 걸을까


그의 두 손은 힘 없이 펼쳐져 아래로 떨어져있고

젖어 들어가는 옷가지는 한 없이 무거워지고 있는 참이다


그는 진짜 물건너 가는 산책자가 맞나

나는 이렇게 그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도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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