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있을테지만,
애써 기억을 더듬어 그 기억의 최초까지
기어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귀찮은 일이에요.
나의 과거를 설명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자기 상처의 연유를 알아내는 것은요.
하지만 그 게으름 탓에
내 일상은 뒤엉키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기분을 혹 아는 분 계시나요?
사람들은 말해요.
열심히 살라고.
하나의 것을 꾸준히 하라고요.
현재에 감사하라고요.
살아있음에 고마워하라고요.
그래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런 구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심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들에 내가 살아있게 해주심에.
일상이 잠기었어요.
일상을 잠궈놓았어요.
언제나 그렇듯 마음에도 없는 말이지만,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