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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Jun 01. 2019

일상이 잠기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있을테지만,

애써 기억을 더듬어 그 기억의 최초까지

기어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귀찮은 일이에요.

나의 과거를 설명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자기 상처의 연유를 알아내는 것은요.


하지만 그 게으름 탓에

내 일상은 뒤엉키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기분을 혹 아는 분 계시나요?


사람들은 말해요.

열심히 살라고.

하나의 것을 꾸준히 하라고요.

현재에 감사하라고요.

살아있음에 고마워하라고요.


그래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런 구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심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들에 내가 살아있게 해주심에.


일상이 잠기었어요.

일상을 잠궈놓았어요.


언제나 그렇듯 마음에도 없는 말이지만,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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