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그러더라구요.
아무개 씨는 정말 매사에 진지하신 것 같아요-라구요.
제가 그런가요?라고 되물었죠.
그 사람은 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죠.
전 사실 그 무엇에도 진지한 적 없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았죠.
우연히 내 앞에 놓여진 일을 잡지 않으면,
그 일이 다시 내게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아니, 다시는 내게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아니까요.
닥치는 대로 살아도, 아등바등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지 않나요?
인생은 콩자반 같아요.
한 번에 콕 찔러서 먹고 싶은데
얄밉게 빗겨나가는 조그맣고 재수 없는 그 검은 동그라미요.
진지하게 젓가락 질을 해도,
너의 진지함 따위 나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는 듯이 쏘옥 하고 빠져나가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