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28]
[Archive 028] 1995, Designed by Ssangyong. ⓒ Dong Jin Kim
자동차 제조사들은 매년 수십대의 컨셉트카를 쏟아낸다. 수개월 단위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컨셉트카를 보고 혹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컨셉트카는 수개월 간 자사의 디자인 인력을 동원해 수억 원을 들여 만들어지는 '사치'의 산물이다. 그러면 제조사들은 왜 컨셉트카를 만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자사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차량의 디자인 큐를 보여주기 위함'과 '자사의 각종 기술을 과시하기 위함'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전적으로 양산을 가정하기에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적절한 과장이 들어가게 된다. 반면 후자는 대중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우선시 되기에 보다 전위적인 모습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할 CCR-1은 후자에 가깝다. 쌍용자동차는 의도적으로 과장된 디자인에 '친환경' 테마를 덧씌워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중 정점에 있는 요소가 바로 '걸윙 도어'로, 이는 양산차와 컨셉트카를 통틀어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도어의 유래 (Gull-wing, 갈매기 문)를 의식한 탓인지 CCR-1은 헤드램프 등에서 갈매기에서 차용해 온 디자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1993년 4월 개발에 착수한 이후 약 2년의 기간 동안 쌍용은 친환경차의 토대를 다져나갔다. 우선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FRP 바디 패널을 적용해 경량화를 이루어냈다. 그 결과 공차중량 1,212 (총중량 1,332) kg을 기록해 '무거움'이라는 전기차의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또한 부품 리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했다고 하나 어디에 적용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 각각 4,290 mm, 1,840 mm, 1,300 mm로 당시의 엑센트와 엘란트라 사이의 크기를 가졌다.
4인승의 승객석 밑에 숨어있는 구동계는 후륜 미드쉽 형식으로 한국전지 (현 아트라스비엑스)와 공동개발한 전기자동차용 DCM-24 납축전지 배터리 (12V-50A)와 MPBLS (Multi Pharase Biploar Brushless) 방식 DC 모터(144V)를 맞물렸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50마력, 최고토크 20 kg.m/5,000 rpm, 최고속도 120Km. 1회 주행가능 거리 200Km의 성능을 달성했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공동 개발한 195/65 VR15 전용 타이어를 장착함으로써 종전 대비 연비를 7% 이상 향상했다. 이 성능이 실제로 발휘되었을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CCR-1은 실제로 주행이 가능한 러닝 컨셉트카로 제작되었다.
물론 이 컨셉트카에 진정성을 바라면 안 된다. 이후 쌍용이 출시한 세단은 친환경과 아득히 동떨어진 체어맨이었고, 실제로 전기차를 생산한 것은 20년이 훌쩍 지나 2022년 출시된 코란도 이모션부터였다. 독특한 외판을 둘렀지만 정작 개연은 없었던 것이다. 컨셉트카를 모터쇼 들러리 정도로 인식했던 안일한 생각이 쌍용차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반대되는 '이단아'를 만들어냈다. 현재 CCR-1의 행방은 알 수 없으며, 모터쇼 이후 평택 공장에 전시되다 폐기된 것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1995.05.03~1995.05.10 : 제1회 서울 모터쇼 출품
1995.09.12~1995.09.24 : 제56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한겨레 '세계6위 자존심 걸고 절정의 컨셉트카 13대 출품' 1995.04.24
한국경제 '쌍용자동차, 컨셉트카 서울모터쇼에 출품' 1995.04.24
매일경제 '완성차 6사 전시장 지상 중계 차세대모델 첨단 경연' 1995.05.03
조선일보 '세계의 자동차 서울로, 95 모터쇼 개막' 1995.05.04
한겨레 '톡톡튀는 자동차맵시 기성 시대 '활짝'' 1995.06.12
조선일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장 인터뷰 쌍용회장' 1995.09.17
모터트랜드 'Frankfurt Motor Show - Trends' 199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