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그림자, 2025년 11월 28일
항암을 시작한 이후로 매일매일 새로운 부작용에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낮은 몹시 길고,
나의 밤은 그 보다 더 하염없이 깊어 끝이 없다.
고작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버겁다.
어떤 날은 통증 때문에 어둠 속에서 겨우 눈만 끔벅이며 꼬박 밤을 지새고
어떤 날은 부종에 들숨날숨조차 버거워 숨을 고르며
또 어떤 날은 꼼짝없이 누워 산송장처럼 천장만 보고 누워있는 게 고작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자주 과거로 표류한다.
대개는 미련과 그리움이 남은 어느 시점으로.
누군가 그랬다. 그리움은 과거로 걸어가는 거라고.
그 말이 마음에 박혔다.
그리움은 결국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었다.
어쩌면 마침표를 찍지 못한 미련일 수도 있다.
찍어야 할 마침표를 쉼표로 찍은 것 같은 찝찝함이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내가 마침표를 찍었나.
쉼표를 찍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없는 확인이다.
그때 쉼표를 찍었든 말줄임표였든 현재에는 마침표일 뿐.
내가 생각하는 그리움의 온도는 미열이다.
그대로 두면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묵직한 불편함이 남는다.
어떤 날은 난데없이 뜨겁게 달아올라 인내심을 태워버린다.
있으나 없으나 타격감은 미미하나, 없다면 더 산뜻한 그런 미온.
때때로 폭발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너지가 꼭꼭 숨어 있는 미열.
하찮고 귀찮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미온이다.
그리움은 단순히 과거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때때로 나를 귀찮게 불러낸다.
내가 그 부름에 응답하든 안 하든,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내가 모른 척 해도 그 아이가 내일도 내 옆에 있을 리 없다.
의미 없는 확인이다.
어쨌든 지나간 시간,
미련이 된 시간,
추억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어제 중 어떤 날.
다만, 오늘을 사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일.
현재를 살면서
지금을 예쁘게 빚도록 하자.
예쁜 추억 꺼낼 때만 뒤를 보고
아픈 기억이 어깨를 건들면,
앞에 피어 있는 눈꽃을 보고,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걷자.
그렇게 지금을 예쁘게 빚으면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