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아쉬탕가 요가는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채 처음 요가에 입문했던 나로서는 매일 반복되는 동작들에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뭔가 선생님이 새로운 동작을 가르쳐 주시겠지?라는 기대를 안고 요가원에 갔는데 그날도 역시 어제와 똑같은 걸 반복하면 왠지 김 빠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니 이 선생님, 너무 쉽게 돈 버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매일매일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커리큘럼 없이 언제나 했던 것을 계속 재탕한다고? 의심과 불만이 가득한 수강생이었다.
안 배워봤던 새로운 동작을 배워야 왠지 성장하는 기분도 들고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것들을 해봐야 앞서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나로서는 매일매일 이 똑같은 시퀀스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살짝 지겨운 생각도 들었다. 언제까지 이걸 반복해야 하는 거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고 , 체력이 끌어올려지면 그땐 뭔가 선생님이 새로운 것들을 알려주시려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채 잔뜩 의심의 마음을 가지고 한동안 임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선생님이 어려워서 감히 질문을 해보는 용기조차 없었을 때였다.
그러다 나의 이 생각의 꼬리들이 한순간에 없어진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내가 하나하나의 아사나들에 나도 모르게 정성을 들여 몰입과 집중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지금 깊어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어오는 순간이 있었다.
커다란 요가원에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오직 매트 위에 나만 이 우주에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내 몸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호흡만이 귓가에 들리고 나의 모든 동작들이 뭉클하도록 아름답게 느껴껴졌던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그날의 강렬한 느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거라면 찍어서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을 가진 날부터는 선생님을 의심하지 않았고
매일 반복되는 동작에 대한 불만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은 매일매일 다르게 느끼고 있음을 점점 더 깊이 느끼고 있었다.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어제보다 더 디테일해지고, 더 나아지고 있는 내 모습을 느끼게 되면 모든 아사나들에게 최선을 다해 정성을 들이고 싶어진다
친구들은 내가 요즘 요가에 흠뻑 빠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면 항상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점점 깊어지고 있어"이라고 말하거나
"점점 흠뻑 빠져들어가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러면 친구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요가 실력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아직은. "이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온전히 흠뻑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흠뻑 즐길 수 있음이 굉장히 큰 축복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서관에서 요가에 대한 전문서적을 빌려서 보았다.
어려운 용어와 의학적인 내용이 가득 담겨 있는 요가 전문서인데
예전 같았음 이런 거 뭐 하러 보나? 했을 법한 책인데
인체 일러스트 삽화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 동작이 이렇게 할 때 어디 어디 근육을 자극시키는구나~ 하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걸 알아서 뭐 하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순순하게 궁금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런 책을 빌리게 된 것이다
얼핏 보면 기괴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한 이런 삽화들을 계속 뚫어져라 몰두해서 바라보고 머릿속에 담아본다.
수업시간에 이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면, 아 지금 이곳의 근육에 자극이 가고 있구나~ 하면서 머릿속으로 책에서 본 그림을 그려본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아사나를 따라 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연결된 내 몸속 근육의 움직임을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예전엔 얕은 숨에 익숙했다면 이젠 의식적으로도 깊은 복식호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왠지 숨을 잘 쉰다는 건, 현재를 잘 살고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서 더욱 열심히 호흡에 집중해 보고 있다.
아사나를 하다가 어느 부위의 통증이 느껴지면
선생님은 통증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 통증의 강도는 신기하리만큼 훨씬 줄어든다.
매일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깊어지고, 점점 디테일해지고, 호흡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잘 스며들어가고 있구나 안도의 느낌을 갖게 된다. 내 삶 속에서 요가가 공기처럼 한 데 잘 어우러지길 바란다.
배가 고프면 밥을 찾듯이 내 영혼과 육체에의 피로감을 느낄 때는 늘 요가가 자연스레 따라와서
균형이 잘 잡히는 삶이 되길 바란다.
오늘도 나마스떼~!
그림처럼 따라해 보세요
요가 자세 이름 :
바람 제거
Pavanamuktāsana (Pavanamuktāsana) 파바나묵타산
아파나사나(Apānāsana)
요가 자세 설명: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가슴으로 당깁니다. 팔은 무릎을 감쌉니다.
시선은 무릎이나 정면을 응시합니다
이 자세의 효과 :
몸 안에 들어가 있는 불필요한 바람을 빼주고 등과 척추를 풀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