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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Jan 10. 2021

하루키 바라보는 시간.

일인칭 단수_무라카미 하루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나비처럼 가벼워서 하늘하늘 자유롭습니다.
 손바닥을 펼쳐 그 나비를 자유롭게 날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문장도 쭉쭉 커나갑니다.”
_<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작가 하루키는 언제나 글쓰기에 있어서 "온전한 나 다움"을 강조했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쿨한 듯 생각이 많은 남자 주인공과 함께 한다. 

아마도 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리라. 

서술자의 쿨한 성격만큼, 문체도 간결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제멋대로 아닌가.'싶기도 한 그의 글은 

영국 소설가인 '제임스 조이스'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너희가 읽든지 말든지. 나는 내 글을 쓴다."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일까. 

그의 팬이 된 사람들은 그의 글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한다. 

'그 만의 고유한 스타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 책은 총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소설은 모두 쿨한 듯 내성적인듯한 남자 주인공에 의해 서술된다.

[목차]

1. 돌베개에
2. 크림
3.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4. 위드 더 비틀스
5.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6.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7. 일인칭 단수





2. 크림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p.48-49





4. 위드 더 비틀스


"사요코랑 만나는 게 재미있어?"
여자 친구의 오빠가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어요"
"어떤 부분이?"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요"라고 대답했다.
꽤 솔직한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p.109


성향이 완전히 반대인 사람들은 

처음 보는 순간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에 

'호기심'을 기반으로 끌리는 것일까.




5.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하는 데서 나온다.

p. 131


물론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쪽이 훨씬 좋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든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략)

자, 팀이 이기기를 빌어보자.
그리고 동시에 (남몰래) 지는 것에 대비해보자.

p. 148


경기의 승패에 따라 시간의 가치나 무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일 분은 일 분이고, 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좋았던 부분.  


승자의 시간만 느리게 또는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패한 사람의 시간 또한 똑같이 흘러간다. 

그렇다면, 

그 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어진 다음 시간에서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 않을까.



6. 사육제


★총 8개의 소설 중,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롭게 읽은 소설.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못생긴 여자였다.
-라는 말은 아마도 공정한 표현이 못 될 것이다. (중략)
그런데도 나는 굳이 '못생겼다'라는
직접적인 (다소 난폭한) 어휘를 이 글에서 쓰려고 한다.
그 편이 그녀라는 인간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p. 151


'외모'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사실 사람의 외모는 각각이 가진 매력이 있다.

본질(?)이 어떤 사람이 든 간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만큼 

그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내가 보기에 그 아름다운 여자들은(적어도 그중 많은 이가)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무조건적으로 덮어놓고 즐기지는 못하는 듯했다.
(중략)

그에 비해 자신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혹은 못생겼다는 것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듯이,
어떤 못생긴 여자에게도 어딘가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p. 154


이 단편소설 속의 '못생긴'여자 주인공의 매력은

남자 주인공과 음악 취향이 맞으며, 

그 음악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는 것.


그래서 

그와 음악에 관한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화-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맞는 것은 

심도 있는 호감을 유발하기 위한 

필수요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린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악령의 가면 밑에는 천사의 민낯이 있고,
천사의 가면 밑에는 악령의 민낯이 있어.

어느 한쪽만 있을 수는 없어.
그게 우리야.
그게 카니발이고.

그리고 슈만은
사람들의 그런 여러 얼굴을 동시에 볼 줄 알았어.

p.169
"우린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슈만의 <사육제>라는 곡을 들으면서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조차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던 

이 변덕스러운 음악에 대해 위와 같이 해석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슈만의 <사육제>를 들어보았다. 

그녀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https://youtu.be/VELPD6FVylA

슈만 <사육제>


다만, 그 여성이 후반부에 금융범죄자로 경찰에 연행되어가는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었달까.


이는 앞서 얘기한 '가면'과 상통하는 부분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녀의 '민낯'은 어떤 부분이었을까.

둘 다 였을까?


나는 평소에 어떤 가면을 쓰고 있고, 

어떤 민낯을 가지고 있을까.




8. 일인칭 단수


나라는 내용물이 지금의 그릇에 잘 맞지 않는다,
혹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정합성이
어디서부턴가 손상돼버렸다는 감각이다. (중략)

나는 문득 이런 감각에 휩싸였다
-나는 인생의 회로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슈트를 입고 넥타이를 맨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그 감각은 점점 강렬해졌다.

보면 볼수록 그것이 나 자신이 아니라,
처음 보는 다른 누군가처럼 느껴졌다.  

p.223


가끔 나조차도 나를 알지 못하겠을 때가 있다.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서 봐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싶다. 

2장 [크림]에서 얘기했듯이.


깊은 생각은 나중에.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당장 내가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그리고서 승리했든지, 패했든지 그 자세한 분석은 천천히. 

다만 언제든지 해야 하는 숙제임은 인지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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