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by 서하
나는 오늘
빈 그릇이 되기로 했다
말 대신 침묵으로,
계획 대신 기다림으로
성령은 아무 말 없이
내 속에 불을 놓고 간다
그 불이 나를 태워 비우고
그 자리에 너를 담는다
✥ 모티브: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요한 16,13)
『비움으로 충만해지는 길』
‘비움’을 단순한 상실이 아닌, 성령의 불이 지나간 자리에 ‘타인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깁니다.
말과 계획을 내려놓고 침묵과 기다림으로 존재할 때, 우리는 충만해질 수 있습니다.
그 신비롭고 조용한 변화를 시로 담담히 표현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