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선생님께서 어제 문자를 보내셨다. 문자 알림 표시를 보고는 확진자가 있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담임선생님의 연락이란 늘 그렇다. 문자를 열어서 읽었다.
"찬이 어머니~
다음 메시지를 찬이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찬 학생을 오늘부터 12월 9일까지 4학년 0반 암행어사로 임명합니다. 친구들에게 또는 학급을 위해 선행하는 학생을 찾아 매일 오후 4시 전까지 담임 선생님께 메시지로 알려주세요. 모든 활동은 비밀로 진행된다는 점 기억해 주세요.^^
지금부터~
활동 시작~!"
메시지를 받고 빙그레 웃음이 났다. 아이에게 전달해주니 대뜸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암행어사를 이번 주부터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하겠다고 말씀하시며 선생님께서 자신을 쳐다보셨는데 지목하실 거라고 느꼈단다.
평소에도 매일 아이들 칭찬거리를 찾으시고 칭찬 10개를 모으면 부모님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데, 또 새롭게 칭찬에 관한 콘텐츠를만드시는 선생님도 존경스러웠다. 엄하셨던 작년 선생님과 달리 온라인으로 수업할 때도 꼼꼼히 체크하시고 늘 다정한 말투의 선생님을 아이도 참 좋아한다.
오늘 오후 학교를 마친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임 00, 이 00 자리 배치 도와줌
김 00, 태권무 모르는 친구한테 알려줌
이 문자를 선생님께 보내주세요."
곧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고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답장이 왔다.
암행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도록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둘째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발견하고 좀 더 많은 아이들을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었다. 굉장히 힘들겠지만 그렇게 해 보겠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8시 40분까지 등교지만 10분 일찍 간다. 9월에 부모님이 출근하시는 같은 반 친구가 학교에 일찍 오니 선생님께서 아침 청소를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다고 한다. 일찍 와서 심심하다고 하니 칭찬 스티커도 받고 뭔가 할 일을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좋다고 했는데 차니도 일찍 와서 청소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좋다고 하셨고 그 이후 아이는 30분까지 가려고 분주한 아침을 보낸다.
그런데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힘든 아이를 보니 남편 마음이 좋지 않았나 보다. 며칠 전 얘기를 나누다가 담임선생님이 아침 청소를 바꿔주시면 좋겠다며 계속 청소하느라고 일찍 가는 게 안쓰럽다고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진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학기 내내 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러운 듯했다.
아이에게 몇 번을 물어봤지만 아이는 재밌다고 했다. 두 달은 복도 청소를 했는데 이젠 창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자기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더 깨끗이 닦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까치발을 들고 닦아야 한다고 아쉬워하는 걸 보며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봉사라는 개념을 갖지 않지만 기특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잠을 조금 포기하고 시간을 나누고 작은 행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을 채우는 10분이라고 믿는다.
아침청소도 암행어사도 아이의 초등 4학년을 가득 채우는 슬기로운 학교생활이다. 늘 즐겁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가 매일매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