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ca Jan 27. 2022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매일 일기 261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정말로 그것을 알려고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한다.
초록을 보면서
"이 숲에서 봄을 보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네가 바라보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양치식물 잎사귀의 까실한 솜털과
꼬불거리는 검은 줄기가 되어야 하고,
잎사귀들 사이의 작은 고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그 잎사귀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로움을 만질 수 있어야 한다.


ㅡ존 모피트



나태주 님의 시도 떠오른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ㅡ나태주



무엇이든 몰입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든 몰입할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사는 남자와 그런 시간을 거쳤고 (지금은 지나갔지만 ㅠㅠ) 아이들도, 친구들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보아서는 안된다.

바라보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바로 그가 되어서 그가 겪는 혼돈과 아픔을 함께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사랑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적으며 갑자기 열여섯 살 큰아들에게 다가가는 기분을 느껴본다.

아~ 아이는 지금 퍽 할 일 없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속내에는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이 있겠구나...

그 아이의 내면 어딘가에 앉아서 둘러본다. 시끄럽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한, 산만하게 채워져 있지만 텅 빈 그의 방안에 작고 편안한 의자를 들여 주고 싶다. 밖이 보이는 창을 내고 밝은 빛으로 나가는 계단도 내어주고 싶다. 하지만 들여다볼 뿐 그의 방에 손댈 수 없다.


다시 나왔다.


아이는 산만한 방을 스스로 치우고, 적막한 곳에 안락한 의자를 두며 어둠을 떨쳐줄 창문을 낼 것이다.

나는 가끔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지.

사랑스러운 큰아이의 아기 때 모습이 떠오른다. 새벽 세 시에 잠자는 그 작디작은 손가락을 잡고 예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그때의 나도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 이렇게 다가갈 수도 있구나.


오늘은 좀 새롭다.




글을 쓰며 몰입을 체험합니다. 늘 아이를 지켜만 봤지 그 아이가 되어서 생각해 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타인이 될 수 없죠. 완벽하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도를 하니 어느새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어른으로서,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지켜보니 답답하기만 했어요.

내 말을 들으면 어른이 되어서 덜 후회할 텐데 하면서요.


좋은 길이란 게 있을까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내가 알고 있는 경험만이 모든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도 잔소리를 던져주겠지만 오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냥 보아서는 안됩니다. 알고 싶으면 그것이 되어봐야죠.

조금씩 조금씩 아이와 제가 커가네요. 내일도 오늘보다 조금 더 커가길 기도합니다�









이전 02화 암행어사는 누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