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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덩이 Apr 13. 2023

사랑할 사람을 찾습니다

솔로 일지

Can anybody find me somebody to love.


퀸즈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솔로가 된 지 네 달이 흘렀다. 네 달은 솔로를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아직 혼자서 충분히 스스로를 찾아 나서고 고독을 풍미할 여력이 남아있다. 혼자 있는 것이 싫은 것도 아니다. 나는 원체가 혼자 영화 보고 밥 먹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영화는 혼자 봐야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생각하고, 여행은 혼자 갔다 와야 여행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주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요새 계속 생각이 든다. 사랑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다면 외로워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닐 테다. 외로움을 사랑으로 착각해 연애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것도 없다. 외로움에 취해 사람을 만나면 결국에 그도 나도 불행해질 따름이다. 사랑보다는 외로움을 채워야 한다는 목적이 앞서기 때문이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결국에 그 답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기에. 


외롭다기보다는 사랑 없는 일상이 크게 재미가 없다. 혼자 잘 사는 일상이 다채롭지가 않다. 일방적인 사랑을 원하지도 않는다. 받는 사랑보다는 주고받는 사랑이 더 의미가 있다 여긴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고 사랑이 오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내 안에 쌓여가는 '줄 수 있는 사랑'이 아쉽다. 사랑 없이 흘러가는 스물아홉의 봄이, 그 시간이 아깝다. 


오만과 편견, 인어공주, 노팅힐과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의 상대와 마주치는 그 우연을 동경한다. 어쩌다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흘려듣지 않는다. 그래서 심심할 때면 생각한다. 내가 오늘 저녁을 먹다 그런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자주 가던 길 말고 색다른 길을 택할 때 운명이 다가오지는 않을까. 무료한 일상에 엔도르핀이 돌게 하는 망상이다. 물론 이런 기대를 갖고 새로운 길을 걸었을 때 운명의 상대와 마주친 경험은 전무하다. 얼토당토않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고 기대하는 것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똑같이 나를 찾고 있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을까 하는 미약한 기대. 그렇게 서로를 포기 않고 찾다 보면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 그리고 그 기다림이 길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


그렇게 나는 혼자를 즐기고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계속 찾는다. 내가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런 마음으로 나를 찾고 있을 그런 사람을! 그렇게 사랑할 사람, somebody to love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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