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꿈꾸면 벌레는 자동옵션
얼마전 티브이 프로에서 숲속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남녀배우의 일상을 대중이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집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집에 쪼만한 마당이 있어서 한여름 더운시간 나무밑에 의자를 가지고 앉아있을 수 있는 집이긴 하다. 나는 그 프로그램이 왜 겨울에 촬영되었는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여름은 파리, 날벌레의 계절이다. 불을 켜는 순간 몰려오는 나방들과 나뭇잎뒤의 모기, 파리.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 잔디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수캐미떼를 보면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 나 조차도 살짝 무서운 마음이 든다. 집안에 불이라도 켜두면, 벽과 천장이 쌔까맣게 변하겠지 -_-
비가 오고나면 걷잡을수 없이 커가는 잡초들 - 사실 잡초라는 이름을 붙이는건 너무 잘못이지만 일단 종류가 많으니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얘들의 길이를 어느정도 조절해주지 않으면 우리집은 아마존이 된다. 제작년에는 그게 심했고, 작년엔 조금 더 나아졌고,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잘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그렇다. 강력한 살충제를 매일 뿌리면 되겠지만 곤충을 죽이는 무언가는 풀도 사람에게도 영향이 있을것 같아서, 동네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역이외에는 따로 살충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몇번씩 전기파리채를 들고 테니스를 치듯이 벌레들을 잡을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집에 살면서 좋은점이 많이 있다.
잔디대신 무릎높이로 커버린 닭의 장풀과 엉겅퀴, 민들레, 씀바귀 같은애들이 많아서 날이 따뜻한 계절엔 항상 꽃을 볼 수 있다는것. 카메라에 마크로렌즈를 장착하고 나가서 찍다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찍게된다.
한여름 더운날 나무밑에 의자를 가지고 가서 앉아있으면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상추와 허브를 따먹고 살구를 따먹을 수 있는집. 길고양이들에게 내 맘껏 밥을 줄 수 있다는것이 이집의 장점이다. 집에 나무가 한그루 있는것만으로, 마당에 흙과 풀이 있다는것만으로 삶은 확실히 달라진다.
아참, 마당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것도 아주 즐겁지.
매일 놀러오는 참새들을 만나는것은 말할것도 없다.
몸을 움직여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확인하고 만져보는 일. 계절이 달라짐을 느끼는 일이 즐겁다.
이런 즐거움을 느끼려면, 벌레들은 자동으로 따라온다는걸 이해해야한다.
벌레를, 잡초를 죽이며 나만 즐겁고 건강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