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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Jun 19. 2018

모닝커피처럼 화내던 이부장님

부장님은 그때 왜그랬을까?

회사 다니던 어린시절, 매일 아침 기분나쁜 얼굴로 출근해서 직원들을 집합시켜 코끼리처럼 울부짖으며 화내던 부장님이 계셨다. 우리회사로 이직을 하신지 얼마 안되셨을때였는데, 매일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앉히고 쓴 기획안을 봄의 벚꽃송이처럼 날리면서 화를 내셨다. 약간 대머리셨던 부장님, 저렇게 자꾸 열을 내서 머리카락들이 못견딘걸까? 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음을 참은 적도 있다. 

자꾸자꾸 화내고, 잘못한게 뭔지 모르면서 죄송스런 얼굴을 하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되기 시작했다. 사실 참고 넘기려면 그 시간만 참고 넘기면 그날 하루를 조용히 보낼수있었지만, 내 성격상 그게 쉽지 않았다. 

“부장님, 왜 화내시는지 저희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는것 같아요. 기획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알려주시면 저희가 고치면 되겠습니다. 자꾸 화내시면 부장님 목도 아프시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부장님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 묘한표정을 지으시고 코평수를 넓혔다 좁혔다 몇번 하시더니 더 화를 내지도 말을 잇지도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시다가 “오늘은 이만.” 하고 나가버리셨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런 왜 화나는지 잘 모르는데 죄지은 얼굴을 해야하는 재미없는 써커스같은 아침 회의는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이부장님,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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