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은 그때 왜그랬을까?
회사 다니던 어린시절, 매일 아침 기분나쁜 얼굴로 출근해서 직원들을 집합시켜 코끼리처럼 울부짖으며 화내던 부장님이 계셨다. 우리회사로 이직을 하신지 얼마 안되셨을때였는데, 매일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앉히고 쓴 기획안을 봄의 벚꽃송이처럼 날리면서 화를 내셨다. 약간 대머리셨던 부장님, 저렇게 자꾸 열을 내서 머리카락들이 못견딘걸까? 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음을 참은 적도 있다.
자꾸자꾸 화내고, 잘못한게 뭔지 모르면서 죄송스런 얼굴을 하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되기 시작했다. 사실 참고 넘기려면 그 시간만 참고 넘기면 그날 하루를 조용히 보낼수있었지만, 내 성격상 그게 쉽지 않았다.
“부장님, 왜 화내시는지 저희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는것 같아요. 기획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알려주시면 저희가 고치면 되겠습니다. 자꾸 화내시면 부장님 목도 아프시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부장님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 묘한표정을 지으시고 코평수를 넓혔다 좁혔다 몇번 하시더니 더 화를 내지도 말을 잇지도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시다가 “오늘은 이만.” 하고 나가버리셨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런 왜 화나는지 잘 모르는데 죄지은 얼굴을 해야하는 재미없는 써커스같은 아침 회의는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이부장님,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