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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Jun 02. 2020

옥수수는 자란다

여름아 빨리와

엄마는 옥수수를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매년 나는 옥수수를 300개 주문하고, 어제 따서 바로 배송해서 오늘 도착한 옥수수를 하루종일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엄마한테 가져다 드린다. 이렇게 한게 한 10년은 된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그걸 하냐고 하지만, 몇년 해보니 또 그렇게 힘든일은 아니다. 사실 삶는 나보다 옥수수 잎을 정리해주는 친구가 더 어려울것 같은데, 분업해서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나눠드리는게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얼룩 초당 옥수수를 60여개 심었다. 모종을 만들어서 어느정도 키우고 개간한 칡밭에 조로록 심었다. 옥수수의 간격을 30센티 정도로 넓게 심고, 좀 더 나중에 따먹을 수 있는 옥수수들도 사이사이에 심으려고 한다.


옥수수가 크는걸 보면, 얘들이 햇빛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수있다.

고랑이 차고 넘치도록 물을 주고 그다음날 가서 보면 아침해와 물, 흙의 양분을 슉슉 빨아먹고 더 늠름해져있는걸 볼 수 있다. 아직 더더더 많이 커야 하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 과정속에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쨌건 매일 초록친구들을 돌보고 얼마나 성장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는걸 보는 느낌인데, 조심조심 쑥쑥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작년과 올해의 삶이 너무나 다르다.

너무 바빠 잠자기도 어려웠던 작년, 나가지도 못하고 일했었다. 올해는 covid19때문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여유롭다. 작년의 밭은 엉망 진창이었지만, 올해는 밭이 참 예쁘다.

한가한 일상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가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고맙고 시간가는걸 눈으로 지켜보는것, 계절의 변화를 매일 경험하는것에 감사하게 된다. 지금을 잘 보내는것이 나에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옥수수는 계속 잘 클것이다. 참새와 뱁새, 직박구리와 옥수수 밭 앞 상수리나무에 매일 놀러오는 꾀꼬리들까지 모두가 옥수수를 기다리고 있다. 새들과 나눠먹을수있을 만큼 잘 키우고 대숲처럼 멋지게 자란 옥수수 밭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옥수수를 따 먹고싶다. 


잘 해보고싶다. 옥수수들아 힘내자. 


옥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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