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하는 칭찬
참 이상한 한 해였다.
전 지구적으로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감정적으로도 기복이 컸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코로나때문에 전에 비해 일도 많이 없어서 텃밭농사를 곧 귀농인이 될 사람처럼 열심히 했다. 급기야는 새해엔 60여 평의 땅에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버릴 정도로 호기로워졌다.
감정 기복이 커지고, 약간의 공황이 생겼다.
가족들과의 관계를 이제까지와는 좀 다르게 해야겠다는 걸 배운 한 해였다. 가족이면서도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해야 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그 관계의 재정립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체험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 적응을 못한 건 아니었는데, 한번 중요한 강의 도중에 장비 오류로 멘붕이 오고 나서는 강의를 할 때나 발표를 할 때 나도 모르는 불안이 엄습한다. 준비를 하고 또 하면서 이겨내 보려고 하는데, 아직 잘 되고 있는 건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이야기를 해보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기분이 코로나 시대에 대부분이 겪는 당연한 우울증 같은 거라고도 하지만 남들이 다 겪는다고 나까진 겪을 필요가 없는데. 꼭 나쁜 것만 유행병처럼 내가 먼저 당첨이다.
그렇다고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파주에서 개인전을 하고 제주에서 오랜 기간 전시를 했고, 운이 좋게 용인에서도 전시를 했다. 작업의 새 방향을 찾았고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어떻게 확장할지까지 결정했다.
새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도 했고 지금 하는 일들도 제대로 잘 해내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좀 더 배워야 할 일들이 있지만 아직까진 잘 해내고 있다.
올해의 하이라이트인 글쓰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또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전보다 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효과적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2021년의 나는 새로 오픈한 가게 앞의 바람인형 같았다.
황현산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른이 될 준비만 하다가 노인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 다행이다. 2021년이 끝난다니, 어려운 책을 들고 읽다 쉬다를 반복하다가 도서관이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버려서 끝까지 읽지 못한채로 어쩔수없이 책을 후닥닥 접어버리는 기분이다. 아쉽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랄까.
많이 울었던 한 해다.
많이 서운했던 한 해다.
그러면서 감사할 일도, 즐거운 일도 많았다.
몸부림치며 한 해를 살아낸 나 자신에게 고맙다.
특별히 많이 아픈데 없이 여기까지 와주어서 고맙다.
2022년엔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더 칭찬해주고 더 신나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한 해동안 수고했어.
내년에도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