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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Nov 25. 2021

너 어쩔려고 그러냐

타샤할머니처럼 살면 안되는건가요-

사람들마다 버릴 수없는 추억의 친구그룹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 

나의 20대는 지금과 똑같이 소수의 친구들하고만 즐겁게 놀았더랬다.  만화와 게임, 음악, 프라모델만 좋아하던 친한 오빠들이 친구의 전부였다. 같이 프라모델 가게에서 하루종일 놀고 지수아저씨네 가게와 공룡콧구멍에 가서 음악을 듣고, 같이 영화를 보러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아 그리고 그중 한명의 집을 아지트삼아 매일 철권을 하고 햄버거와 파파이스 치킨을 먹었다. 그렇게 영원히 철딱서니없이 놀 수 있을줄 알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두 취직을 하고 하나둘씩 장가를 가고 이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다. 그래도 우린 가끔 톡방에서 긴수다를 떠는 오랜 친구들이다. 


예전엔 꿈만 먹고 살것같았던 오빠들도 이제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어리버리 적당히 대충사는건 나뿐인가 싶다. 요즘 뉴스를 보면 모두가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나 코인을 하고, 어떻게든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나는 그냥 텃밭이나 일구고 그림을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욕심을 내며 늘렁늘렁 사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날 세상을 좀더 풍요롭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톡방에서 오가길래 '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비트코인 이런거 하나도 모르겠다아아!'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어린시절엔 가장 예술가로 살것만 같았던 - 이건 우리 모두가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었다 -  오빠J가 '너 그렇게 살면 노예로 산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투자에 열을 올리고 나름 성과를 본 사람이기에 그런말 할 자격은 충분하지만, 그래도 노예라니....


"이미 난 클라이언트의 노예야! 하하하! " 라고 개그를 했는데 엄청 한심하게 살고있다고 꾸중을 들었다. 


그런데 난 정말 잘 모르겠다. 뭐 어디까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걸까.

오늘은 오빠J가 디지털 세상의 예술의 가치에 대한걸 물어봤는데 역시 나는 하나도 모르겠단 생각만 들었다. 그냥 즐거워서 그리는것 뿐인데, 그리고 그냥 욕심이 나니까 더 열심히 그리는것 뿐인데 너무 생각할 것이 많다. 피카소가 되지 못하고 고흐같이 살고있는건 사실.. 문제긴 문제다. 그림을 그들처럼 완벽히 아름다운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건 아니다. 



나는 타샤 할머니처럼 살고싶은데. 

그림을 그리고 텃밭을 일구고, 동물들과 재미있게 살고싶은 마음이 잘못된건 아니잖아?

자꾸만 "너 어쩔려고 그러냐?"는 질문에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못하는 내가 쫌 이상한가 싶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이상한건 아니니까 걍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씩씩하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탁상용 캘린더를 만들기 위해 그린 그림. 그림 그리는게 너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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