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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git Sep 29. 2021

기분이 우울한 날에

오늘의 기분

날씨때문인지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어제 저녁 알러지약을 먹은 탓일수도 있고, 어제 강의를 하고와서 피곤해서일수도 있지만 어쨌건 오늘은 여러모로 이상한 기분이 드는 하루다.


우울할땐 누워있지말고 걷기로 마음을 먹었기때문에 나가서 좀 오래 걷기로 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될때마다 걷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데, 확실히 한두달 걷기운동을 해보니 더 긴 거리를 가뿐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때 같으면 1킬로미터를 몇분 몇초에 걷는지, 어느정도 시간안에- 가능하면 더 빠르게- 걷는걸 목표로 했다면 오늘은 그냥 좀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흐린하늘, 그 사이로 조각처럼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회색 구름뒤엔 항상 푸른 하늘이 있군! 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더웠던 여름을 이겨내고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있는 나무들이 그립기도 하고.


천천히 나무들을 둘러보니 상수리열매도 잣솔방울도 그새 많이 달렸다. 차들이 지나가며 떨어뜨린 잣 솔방울이 깨져서 그 안에 잣 열매들이 튀어나와있기도 했는데, 이런것들은 근처에 사는 다람쥐나 청솔모가 야무지게 먹어줄거라 생각하면서 손대지 않았다. 가끔 다람쥐와 청솔모가 갉아먹고 남긴 새우튀김 모양을 하고 있는 솔방울 잔해를 보긴 했지만 다람쥐나 청솔모를 직접 본 일은 없어서 이동네의 동물 친구들이 궁금하다. 잣은 매년 풍성하게 열리지는 않는다는데, 나의 산책길의 잣나무들은 올해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있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동물친구들이 먹을게 많아진다는건 좋은 일이니까. 


여름에 걸을때는 청초한 하얀꽃을 보여주던 때죽나무도 이제 풀빛의 열매를 등처럼 달고있다. 빨간 열매를 달고있지만 아직 이름을 찾지못한 나무도(이녀석, 마가목도 산사나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팥배나무도 아니다), 산딸나무도, 느티나무도 모두 반가웠다. 사진을 잘 찍고싶었지만 역시 내실력으론  이 친구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지는 못했다. 

이름을 찾지못한 나무의 열매, 먹어보고싶다
때죽나무 열매



한번에 알아볼수있는 산딸나무 열매
덜꿩나무 열매, 맛이없어서 새들이 배고플때만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걷는 거리는 왕복 8.5킬로미터다. 해가 지는 시간에 걸으니 가는동안 해의 방향과 빛의 색이 달라진다. 쭈욱 걸어가다가  햇살을 가득 받고 서있는 플라타너스를 만났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했다. 햇빛을 제대로 받은 잎사귀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보고있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에게도 저런 햇살이 필요했는데, 오늘은 금빛 플라타너스를 보는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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