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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Dec 01. 2019

수학 구름

그냥 한탄, 그냥 미련 그리고 애증.

세상에 수학 구름이라니


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수학 구름"학원차가 지나간다. 수학 구름? 수학이 하나만 있어도 힘든데 구름같이 많다면 어쩌면 좋을까? 만화에서처럼 머리 위로 수학 공식을 담은 구름이 둥둥둥 떠있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못하는 게 두 개 있다. 세상 체를 두고 봤을 때 못하겠는 게 딱 두 가지면 좋겠는데 애석하게도 교과목 중에서 못하는 것이 두 개다. 수학과 체육. 애초에 내가 우등생은 아니므로 여기서 못한다는 건 도저히 기초도 못 따라가겠는 수준을 뜻한다. 수학에서 분수의 덧셈/뺄셈 곱셈은 까먹은 지 오래이며 가끔은 기초적인 사칙연산도 헷갈린다.  체육의 경우엔 일단 달리기가 너무 느렸고 몸이 내 의지와 다르게 움직였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는 앞서 뛴 팀의 꼴찌인데 뒤의 팀의 일등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둘 다 못는 과목이다 보니 싫은데 둘은  다르다. 체육 잘하는 사람이 부럽진 않은데 수학 잘하는 사람은 부럽다. 부러움에 더하여 존경스럽다는 마음도 든다. 체육은 어차피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과목이니까 등을 떠다밀지 않는 이상 배울 생각을 안 할 거 같은데 수학은 미련이 남는다. '인생 수학선생님'을 만나지 아직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위안 삼기도 한다.


지나가는 차에 걸린 학원 광고를 한 번 봤을 뿐인데 초등학생 1학년부터 내 인생 전반을 돌아봤다. 졸업한 지 한참인데 아직도 미련을 갖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도대체 뭐하는 학원인가, 우리 동네에 있는 학원인가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아뿔싸.

학원명이 아니라 수학 학습 프로그램의 이름이었다. 지나가는 학원차를 보고 수학과 관련된 무수한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브런치에 올릴 글 구상을 했고 우리 동네가 노출되면 안 되니까 영어를 해석해서 '구름 수학'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헛수고였다. 전국적으로 광고를 하는 프로그램이니까 '구름 수학 학원(?)'은 어디든 있겠지.


역시 오늘도 한 방 먹었다. 그놈의 수학.

싸울만한 힘을 갖춰서 오면 레벨 업해서 나타나는 게임 캐릭터 같다.

영원한 앙숙.

(수학 놈아, 꿈에 나오지 마라. 이미 수면부족이니까...)

    


제가 요즘 일이 밀려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합니다. 정리가 되면 좀 더 진정성 있는 글을 가져오겠습니다.

오늘 글은 수학에 대한 한탄/원망/애증 정도가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학을 잘 못하셨어도 보란 듯이 잘 살고 계시는 작가님들의 경험 공유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대상이 된 학습 프로그램 광고 아닙니다. 뭐 하는 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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