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미국엔 어떻게 갔을까?
방문을 열었는데...
콘크리트 바닥 위에 타타미 몇 장. 그 위에 호랑이와 꽃무늬 옛날 담요. 오래된 사무용 책상과 히터 하나.
'음...'
잠시 몇 초를 주저하다 보이는 의자에 풀썩 앉았다.
'내가 단단히 착각을 했구나...'
겨울철 난방 보일러와 단정한 침구 세트 및 수납장 등등 당연히 예상했던 것들이 무너졌다. 실내 노숙과 같은 광경을 접하고부터 내 시스템은 이 환경에 적응 방법을 찾느라 풀가동하며 엔진을 돌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재빨리 리셋했다.
'재밌군. 한 번 해보자.'
지하 던전 같은 곳엔, 스님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나처럼 짧은 불칠과 선칠을 경험하고 미국 수행길에 오른 불자님들이 꽤 계셨다. 물론 작정하고 절에 머물기로 결정한 로컬 미국인들도 있었다. 주로 부엌에 삼삼 오오 앉아서 어떻게 왔는지 등등 담소를 나누곤 했는데, 그 부엌도 가히 볼만했다. 오븐 손잡이에 널려 있는 것이 행주인지 걸레인지, 바닥은 언제 걸레질을 했는지, 한 부엌에서 세 팀이 식사 준비한다고 시장통인데 공양간 담당은 누군지, 담당이 있기나 한 건지 등등... 의문과 혼돈 투성이랄까.
한국서 안거 준비를 해왔고, 안거를 가봤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태였다.
이렇게 인터내셔널 하게 수행자들을 모아 놓고 과연 행사가 곧 시작하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와중에 나처럼 번뇌가 터져 빗자루던 뭐던 찾아내서 청소를 하고, 행주를 빨고 하는 건 오로지 한국인뿐이었다. 한국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평화로워 보여서 그 또한 기이했다는 거.
어둠 속 형광등의 낡은 푸른빛까지 의문, 혼돈, 기이함을 한층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외국인이 낯설게 허둥대던 말던간에 어쨌든 불칠은 시작됐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