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미국엔 어떻게 갔을까?
"스님, 나 좀 도와줘요."
한 방을 함께 쓰던 A스님이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결가부좌로 길게 좀 앉아보려는데, 스님이 같이 앉아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 네.. 저도 잘 못 앉지만 옆에 최대한 있어볼게요."
법당에서 종일 염불하며 불칠에 열심히 동참 중이었으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불칠할 땐 불칠을. 대중 일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그땐 또 그리 되었다.)
A스님은, Long sit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시던 미국 현순스님과 이미 약속을 했다고 했다.
약속한 날, 법당에서 살짝 빠져나와 A스님은 나름 비장하고 떨리는 맘으로, 나는 여유로운 맘으로(내가 주인공이 아니니까!) 결가부좌 방으로 향했다.
이미 와 계신 현순스님이 웃으며 맞이해 주셨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A스님은 한 시간 지나서부터였나.. 통증이 오기 시작했나 보다.
난 '파이팅, 파이팅'하며 부탁하신 역할에 최선을 다했지만, A스님은 생각보다 일찍 다리를 풀고 말았다. 너무 각오가 크셨던지 시작도 전에 그 긴장감에 더 압도되어 보이긴 했었다.
A스님이 그만두셨으니, 나도 더 할 일은 없겠다 싶어 일어나려는 찰나,
"당신은 더 앉을 수 있으면 계속해봐요."
현순스님이 날 붙잡았다.
"네? 음... 그.. 그럼.. 그래볼까요?"
내가 왜 거기서 그 말을 들어버렸을까!
난 풀려던 다리를 다시 고쳐 잡았고, A스님은 나갔으며, 현순스님은 환한 미소로 날 바라봤다.
뭔가 쎄-한 기분...
불칠 시작 전에 바닥을 뒹굴며 3시간까지 버텨본 게 최고 기록이었다. 3개월간 위산사에 머물며 3시간 기록을 깨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있겠지..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그날이 예고 없이 닥친 기분이랄까?!
현순스님의 환한 미소에 나도 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다음 편에 이어서)
‘오래 앉기를 시도하려는 경우에는 경험 있는 승가의 지도를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