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 #09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며, 내 가치관을 계획하는 일이다. 아팠다. 아팠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듯싶다. 부정적인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가득하고 손목에는 계속 덧대어진 흉터가 생겨나며, 숨을 쉬지 않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집안일을 하고 나름 생활이라는 것을 한다. 의미 없이 그저 움직여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면 그 어떤 의미가 생긴다. 지금의 내가 어떠한지를 직시하게 되고 다시 한번 기운을 차릴 수 있는 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죽고 싶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하고 싶은 나.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는 나. 여름에 태어났지만 여름을 싫어하는 나. 사람을 싫어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 또한 많이 있을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정말 살기 싫으면 끝내버리면 끝인 인생이다. 그러니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 남의 아닌 내가 바라는 나의 삶을.
스로와의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잠식되지 않도록. 매몰되지 않도록. 같은 질문이어도 계속 다시 물어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축 처진다. 바깥으로 보이는 빗줄기가 더 강해질수록 불안감도 더 오르고 마음도 멍먹해 진다. 어렸을 적엔 비가 너무 좋아서 친구와 빗속을 함께 뛰어다녔던 추억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세월이 흐를수록 무뎌지는 듯하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것이 덤덤해져 간다. 즐거움도 호기심도 줄어들고 늘어나는 건 불안과 걱정뿐이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꼭 행복하지 않아도 되니 왜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가라고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 ...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어줄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꼭 찾아야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을 어떠한 모습인지.
문제의 본질은 결국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문에 대한 진정한 답을 찾고 싶다면 먼저 내면을 들여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