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하루는 간다

나의 우울증에 관하여#10

by 라미



살아있는 내가, 죽고 싶은 나를 다독거린다. 괜찮아 괜찮아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지나가 있을 거야. 태어나서 최고로 직장 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듯하다. 한 곳에 정착을 오래 못하는데,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보니 그만두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다. 저번엔 야간근무를 끝내고 집에 와서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갑자기 서럽게 울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거냐고, 내가 나약해서 이렇게 계속 무너지는 거냐고... 하염없이 자책하며 눈물이 났다. 그나마 일을 하고 있어서 몸을 움직이는 거라고.. 아니면 아예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만 있을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열심히 하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무너져 내린다. 하기 싫다. 정말 하기 싫다. 살기 싫다. 왜 살아야 하나. 요즘은 우울감보단 자책과 충동이 나를 힘들게 한다. 이게 맞는 건가. 이 방향이 맞는 건가. 하염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건 정말 방향의 문제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가고 싶은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인생은 삶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감당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사유가 길을 내고, 정신이 자유로워지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때 비로소 세계도 달라진다.
깨달음은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 일로 인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때로는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스스로를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이다. 그것이 내가 평생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다.

<비트겐슈타인과의 대화>




"자살은 언제나 비참한 선택임을 나는 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파멸을 결정할 수 없으며, 자살을 진지하게 떠올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결국 성급한 자기 방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비트겐슈타인. 그도 오랜 우울 속에서 살아갔지만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 자살은 스스로에게서 도망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견디는 것이야말로 철학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관련된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고통스러운 삶이 나의 기준일 뿐이지, 다른 누군가에겐 가소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삶에 기준이 없듯이, 나의 우울증과 내 삶의 배경이 나에겐 최선의 고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상대적이니깐.


한때는 차라리 입원을 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내게 맞는 약을 찾으면 이 문제가 해결이 될 것 같았다. 약이 없으면 불안함을 못 버티는 나를 가둬두고 그곳에 방치해놓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이 불안이 사라질 수 있는 건지. 이 우울엔 끝이 있는 건지. 그냥 평생을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지면서 머리가 아파진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지금 버텨야 할 순간인가, 아니면 돌아서야 할 순간인가.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슬퍼지고, 비가 오면 들려오는 빗소리에 슬퍼진다. 바람이 불면 바람에서 나는 그 계절의 냄새가 오래전 어느 순간을 떠오르게 해서 슬퍼지고, 눈이 오면 눈 내리는 모습이 마음을 서럽게 한다. 길을 걷다 보면, 유리에 비추는 내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여 안쓰러워지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괜스레 채워주지 못한 것만 되새겨져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좋은 생각, 긍정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는 걸 머릿속에선 인지하고 있지만 참 안된다. 그게 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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